아들, 재형이에게
많은 비가 온 뒤라서 인지 하늘이 참 푸르고 깨끗한 것 같다.
어느덧 재형이가 과자 챙기고, 소풍보따리 메 듯이 배낭을 짊어 지고 집을 나선 지 일주일이 다 되었구나. 참 빠르다. 날마다 내리 쬐는 무더운 햇볕 때문에 고생이 많겠다.
하지만, 그 더운 날씨는 재형이만 겪는 고생이 아니고 모든 사람들이 맞이하고 있는 계절의 모습뿐이란다. 단지, 재형이는 남들이 방학 동안 경험하지 못하는 순간들 속에서 아직 밟아 보지 못한 대한민국의 땅들을
한걸음 한걸음 열심히 땀을 흘리며, 디뎌 보고 있는 것이란다.
늘 상 재형이가 만화나 T.V, 그리고 책으로 보아 왔던, 어쩌면 앞으로 보게 될 우리나라의 산과 들과 바다, 그리고 밤하늘 별들의 모습들을 직접 너의 눈으로 보고 느끼고 있겠지. 집에서는 많이 볼 수 없었던 수없이 많은 별들이 밤하늘에 있음에 새삼 놀라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지금 재형이가 맞이하고 있는 순간들이 조금은 피곤하고 힘들어도 재형이가 열심히 노력하고 움직이는 만큼 이 시간 시간들은 재형이에게 나중에 재미있고 뜻 깊은 추억으로 되돌려 줄 것이라고 아빠는 믿는단다.
네가 무서워만 하던 개구리의 울음소리가 밤이면 더 크게 들릴텐데 이제는 너에게 어떤 모습으로 들리고 있는 지 궁금하네.
야구 방망이 잡고 헤헤 거리던 재형이의 모습에 다가, 일곱살 어린 나이로 경주 남산의 미끄럽고 가파른 길을 용감하게 타고 올랐던 얼굴, 그리고 바닷가 낚시 가서 절벽의 밧줄을 아빠의 도움 없이 오르락 내리락 하던 순간을 떠 올려 보니, 아빠는 재형이가 이번 탐험에 누구보다도 스스로 씩씩하고 용감하게 잘 하리라고 생각하며 굳게 믿고 있단다.
늘, 투정만 부리고 꼬맹이처럼만 여겨지던 재형이가 탐험을 마친 뒤에는 스스로 알아서
자기 할 일을 할 수 있는 멋진 사나이가 되어서 돌아 오기를 아빠는 기다린다.
이번 여름방학은 재형이의 일기에 어떤 모습으로 쓰여지게 될까…?
재형이의 일기는 재형이만 쓸 수 있을텐데…
아빠는 재형이의 일기가 삐뚤삐뚤하고 띄어쓰기가 틀려도
눈을 크게 뜨고, 멀리 바라 볼 수 있는 굳세고 용감하게 자라는
모습으로 채워 지기를 기대 해 본다.
안녕…
팔월 초이틀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