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우리 아들 장주야,
많이 걱정했었는데, 잘 적응해 주어 고맙구나. 엄마가 장주의 편지가 있는 곳을 알려주었다. 매일매일 대장님께서 음성 사서함으로 너희들의 행군 상황을 알려주셔서 감사하고 안심하며 지내고 있었지만, 이렇게 장주의 편지를 받으니 너를 안은 듯 기쁘고 반갑다.
어제는 모처럼 에어컨이 나오는 실내체육관에서 지냈더구나. 집만은 못했을지 모르지만 온종일 땡볕을 걸어온 너에게는, 그리고 불편한 잠자리에 시달려온 너로서는 그곳은 임금님의 잠자리보다 더 근사한 곳이지 않았을까?
어려운 상황에 처해 본 사람만이 작은 것에도 만족할 줄 알고 더 나은 것에 대한 기쁨과 감사함을 깨닫는단다. 엄마 아빠의 지나온 삶이 장주에게 어떤 교훈을 줄 수 있겠니? 들어도 그저 막연하기만 하고, “옛날에는 누구나 그랬겠지.” 하고 넘어가면 그뿐인 것을…. 그러기에 백 마디의 말보다 단 한 번의 체험이 그만큼 소중한 것이지. 아빠는 이번 기회에 우리 장주가 우리 가족의 형편에 만족하고 감사하며, 세상에는 얼마나 어려운 일들이 많을까 상상도 하고, 걷기의 고통과 인내를 통해 마음을 키워 왔으면 한다.
날은 뜨겁고, 배낭은 무겁고, 몸은 지치고, 그럴수록 부모가 원망스럽고, 금방이라도 달아나고 싶고, 먹고 싶은 것만 머리 속에 가득 차 있는 너의 심정을 헤아리고도 남음이 있다. 그런데도 그 모든 욕구들을 접고, 이것이 “장주 자신이 선택한 일”이라고 말해 주니, 아빠는 그런 아들이 대견스럽고 행복하다.
장주야, 아직 도착지점은 멀리 있지만, 씩씩하게 걸어라. 이제 제법 친해졌을 대원들과 우정을 쌓되 지나친 장난과 싸움은 금물이다. 우리 장주는 남을 잘 배려하고 영리한 좋은 점도 있지만, 한 가지 꼭 주의하고 절제해야 할 것이 ‘지나친 장난’이다. 명랑한 것도 좋지만, 정도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아빠의 책상머리에는 형과 장주가 있단다. 보고 싶구나. 까맣게 그은 모습으로 엄마 아빠의 품으로 달려올 장주를 상상하며 이만 줄인다. 그럼, 또 편지 하마. 형의 안부도 직접 받아보고 싶다.
2006년 8월 3일 아침
세상에서 누구보다 장주를 사랑하는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