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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밑에 뭐가 있니?

by 박한별 posted Aug 05,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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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위로 쏟아 지는 폭염을 견디며 걷고 있을 나의 딸.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흐르는 구나. 여기는 34도를 계속 오르내린다. 한밤중에도 기온은 내려 갈 줄 모르고 다들 더위에 잠못들어 뒤척인다. 어제는 경북 의성의 온도가 37도를 윗돌았다는 구나.
날씨 진짜 징하게 덥지?
조금전에 우리는 할아버지께 가기 위해 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접어 들었다가 집으로 다시 돌아왔단다.
너도 알겠지만 우리 고물차가 이름값하느라 에어컨에서는 뜨거운 바람이 연신 쏟아지고, 엔진체크 하라고 기계에는 연신 빨간 불이 깜빡거려서 결국 만남의 광장까지 갔다가 돌아오고 말았단다.
호준이는 아직 별이 누나가 옆에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할때가 많단다.
아이스크림을 사오라고 심부름을 시키면 꼭 4개를 사들고 들어와서는 "하나는 별이 누나꺼야." 그런단다.
마지막에는 꼭 그 별이누나 아이스크림을 두고 서로 먹을려고 아빠랑 싸우지만.....
별이야!
이 뜨거운 여름에 무거운 짐을 메고 길을 걷는다는게 너무 어려운 일임을 엄마도 모르는바 아니다.
하지만 여유를 가지고 주위를 한번 둘러보렴.
산에는 칡꽃이 펴서 향기를 날리고 있을테고, 길가에는 성급한 코스모스가 살짝 고개를 내밀고도 있을거야. 그리고 네가 걷는 그 발밑에는 밟아도 밟아도 고개를 내미는 질경이나 이름모를 풀들이 자라고 있을거야. 그런 아주 작은것들에게도 눈길을 줄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기를 엄마는 기대한다.
오늘 하루도 무지 힘들겠구나. 하지만 하늘 한번 보고 걷자구나. 발밑도 한번 보고.
저기 멀리 푸르도록 시린 하늘 너머로 하얀구름이 가는구나. 별이도 그 구름 보고 있을거 같다. 거기에 엄마의 사랑과 관심을 담아서 보낼테니 한별이 꼭 받아 보도록....
발에 물집 당연히 생겼겠지. 허벅지는 걷느라 바지에 쓸려서 아플거고.....힘든 만큼 보람도 있지? 그래도 아주 힘들때는 엄마 원망해도 괜찮아. 집에 오면 금방 풀릴거 아니까. 권유야 엄마가 했지만 선택은 네 몫이었으니, 거기에 대한 책임은 우리딸이 충분히 감수 할 줄 엄마는 믿는다.
오늘은 길에서 잠들더라도 마음편한 밤이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