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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딸 혜련에게

by 정혜련 posted Jan 06,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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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 유정아
지금쯤은 해남에 도착했겠다.
아이젠이랑 스펫츠로 한라산 등반 무사히 잘 끝내서 무엇보다 다행이다.
겨울 산행이라 한라산길이 몹시 염려스러웠거든.
본부에서 너 배낭바꿔주고 나서 대장님께 일정 설명듣는 사이 네가 탄 차가 출발해 버려서 "빠이빠이"를 하지 못해 몹시 서운하고 걱정 되었단다.
"이제 배 타겠다. 지금쯤 저녁 먹겠다. 인천에서 배가 무사히 가고 있는지 멀미는 하지 않는지...." 그날 저녁 내내 네 일정대로 엄마도 집에서 함께 했단다.
다음 날 무사히 배가 항구에 도착하고 아침밥을 먹는 중이라는 대장님의 전화 방송을 듣고 우리 딸의 긴 여정의 시작을 기대감으로 기다리기로 했다.
언니에게서 미리 들은 여러 가지 이야기로 충분히 마음의 준비는 되었겠지만 그래도 어린 너를 보내고보니 엄마의 맘이 짠~하다.
제주에서 찍은 사진을 보며 예쁜 내 딸의 모습을 보면서 흐뭇했단다.
집에서 말한 것처럼 맨 앞에서 언니, 오빠들이랑 함께 탐험을 즐기는 모습이 기특하다.  한라산의 모습을 보면서 어떤 느낌이었니?
제주에서 네가 좋아하는 말타기도 해서 재미있었지?
예전에 엄마, 아빠랑 함께 말탔던 것 기억나니?
해남은 처음인데 하동 할머니댁 생각하면 별로 낯설지는 않을 거야. 해남에서 걷기 시작하면 이제 많이 힘들거야. 배낭도 무거울테고 다리도 많이 아플거야. 다행히 날씨는 춥지 않지만 아침 저녁 온도차가 심해서 밤에 감기에 걸릴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단다.
그래도 우리 작은 딸, 출발의 약속처럼 잘 해 낼 수 있을거야.
태어났을 때부터 다른 아기들보다 튼튼하고 야무졌으니까 말야.
무엇보다 엄마, 아빠의 딸이고, 언니의 동생이니까
우리 딸의 국토 종단을 위하여 화이팅!
오늘도 힘 내렴.
사랑해.  
1월 6일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