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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아, 영상 편지 봤다.

by 정혜련 posted Jan 12,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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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아, 잘 잤니?
오늘도 남부 지방에는 비가 올 거라는데 행군하기 힘들 것 같구나.
밤새 신발은 좀 말랐니?  
아빠는 어제 눈오는 영동고속도로를 달려 강원도 정선으로 출장가셨다. 강원도는 저녁까지도 계속 눈이 오고 있다고 전화하셨더구나.
그러면서 아빠가 네 걱정을 많이 하셨다. 엄마는 결국 주사맞았다.

오늘 아침에 너의 영상편지를 봤다. 어젯밤에 보는데 계속 네가 나와야 할 쯤이면 끊어져서 아쉬워하며 못보다 아침에야  봤어.
머리가 많이 젖어있더구나. 많이 추웠지?  얼굴도 빨갛게 얼어있더라. 손발이 많이 시려웠지? 신발 사이로 비가 스며들어 양말도 다 젖지 않았니?
감기 걸리면 안되는데. 장갑은 등산용이긴 했어도 방수는 되지 않는 것이라 그것도 많이 젖었을 거야. 우리 유정이 비에 젖는 것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차라리 눈이 왔더라면 추워도 나름 좋아라 했을텐데.....
그래도 빗속을 그렇게 뛰어가 보는 경험은 아무나 할 수 없는 거겠지? 우리 딸같은 작은 영웅들이나 할 수 있는 멋진 추억거리지.
그나저나 영상편지 속의 우리 작은 딸, 너무 딱딱해.
엄마, 아빠 언니 보고 싶지 않니?
부모님이 뭐야. 엄마 아빠지. 눈물나게 네 모습과 이야기를 기대하고 열었는데 ......  힘들지 않니?  힘들단 말 한마디도 없어. 다른 대원들 처럼 먹고 싶은 것도 없고?  너무 까칠하다고 언니가 그런다. 힘들고 어려울텐데 한마디 하소연이 없으니 언니가 서운한가봐. 그러면서 대견해한다.
"역시 내동생이다." 라고.
유정아, 언니가 요즘 너네는 넘 좋겠단다. 흑돼지고기도 먹고 삼겹살도 먹고 컵라면도 먹고 가끔씩 배낭도 메지 않고 다니고.....
자기들은 양은냄비에 라면을 끓여먹고 찬물로 머리도 감고 고기라고는 끝날때쯤 닭백숙밖에 못 먹었다고....
언니 영남대로 적 동영상도 다시 봤는데 너무 웃긴다고 자기가 킥킥 웃는다. "내가 이랬어?" 라며 ......

유정아 네 말 처럼 이제 절반을 넘었다. 우리가 만날 날이 가까와졌다는 얘기지. 그 때까지 씩씩하게 그러면서도 편안하게 지내다 오렴. 너무 긴장하지말고 힘들 땐 대대장 언니에게 힘들다고 얘기도 하고 대장님께도 필요한 것, 힘든 것을 얘기해.  집에서 엄마 아빠에게 얘기하는 것처럼.
유정아, 오늘 하루도 발걸음이 가볍게, 화이팅하자.
아자! 아자! 작은 딸, 화이팅!
2008. 1. 12. 아침에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