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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아들 발걸음이 가벼워지길 바라며...

by 남영재 posted Jul 25,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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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들아!  오늘 많이 힘들었지?
오늘부터 본격적인 행군에 들어갔을 터인데...
짓궂은 날씨 때문에 옷과 신발 모두 젖어 걷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비옷이 너무 크고 배낭이 몸에 비해 너무 무거워 어떻게 걸었니?
아빠가 너와 같이 있으면 더 좋으련만...
아빠가 무거운 거 다 들어줄 수 있는데...

아빤 너 학교 갈 때 우리 둘이 손잡고 갈 때가 너무 좋더라.
영재 너 알고 있나?
세상에서 제일 잘생긴 아들.
태어날 때부터 반짝 반짝 빛이 나던 아들, 고놈이 바로 남영재지.ㅎㅎ

처음에 행군할 때 많이 힘이 들 거다.
아빠도 행군은 그리 많이 해 보지는 않았지만 행군 보다는 구보가 나은 것 같던데,
집에서, 친구들과, 할머니, 삼촌, 형 누나들과의 즐거웠던 기억들을 되새기며 힘든 발걸음을 가볍게 옮겼으면 한다.
지금 네 옆에 같이 간 너의 친한 친구들과 장난도 치고, 예쁜 유진이 누나 손잡고 걸으면 좋은 추억거리가 많이 생길거야.
추억이란 네가 만드는 거란다.
만들 수 있으면 최대한 많이 만들고 오너라.

형아 말대로 우리 영재에게 보낸 글이 조회 수가 많은 거 같아.
항상 네가 인기가 많았잖아.
요즘도 담임선생님이 네 칭찬이 대단하시 단다.
아빠가 처음 뵈었을 때 너무 과하다 싶었는데, 우리아들이 선생님 눈에 쏙 드신 것 같아.
아니 콩깍지가 씐 것 같아.
우리 아들의 잘생긴 외모 때문일까? 아니면 ...? 뭘까?

울릉도에서 대원들의 뇌구조를 작성하고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며?
그 중에서 1위가 집이고 두 번째가 시원한 팥빙수와 아이스크림, 세 번째가 공부라고 하더구나.
너희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첫 번째 두 번째인데 그 곳에서 까지 공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든 아빠가 참으로 미안하게 느껴진단다.
아들아! 잠시라도 다 잊어라.
비록 집에 와서 네가 또 다시 힘든 씨름을 할지언정 지금은 그 곳에 있는 사람들과 같이 모든 거 다 잊고 힘든 여정을 즐기거라.
힘든 고통도 부작용 제로의 강력한 마취제 역할을 한다는 흥국이 아저씨의 말씀과 같이 그 곳에서의 생활을 엔돌핀이 팍팍 솟아나도록 노력해 보거라.
그러다 보면 영균이 형아의 겜방 야간정액권이 네 손에 쥐어질 거야.
근데 경록이 형아가 숟가락이 네 것이랑 헷갈린데????? 어찌할꼬?

영재야! 힘든 행군 중에서도 제일 챙겨야 하는 거, 뭔지 알지? 내 몸은 내가 알아서 해야지. 그지? 조금이라도 이상하거나 궁금한게 있으면 대장님께 여쭤보고.
우리 믿음직한 아들, 영재의 성공을 우리 모두는 빌고 있단다. 날씨야 물렀거라~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