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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땅 이렇게 넓은 줄 미쳐 몰랐어..

by 남영재 posted Jul 30,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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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고 또 장하다, 우리영재~~
천근만근 무거운 발걸음을 오늘도 강원도에..가도가도 끝없는 강원도 길 야속하고 생각만해도 멀미나려 해. 코딱지만한 이나라에 강원도는 왜그리 넓냐.
하지만 영재야, 우리 가족끼리 청령포나 평창을 차로 달릴 때도 고개를 수도 없이 넘었던 기억이 나지? 영재의 작은 발이 문명의 대표주자 자동차에게 감히 도전장을 낸 셈이구나..

어제도 오늘도 행군 속에서 너를 보았다.
연두색 티셔츠에 검은 바지, 오늘은 땀수건도 손에 쥔 채..엄마는 영재의 작은 걸음에서 희망을 보고 있다. 너무 뒤쳐져서 행렬의 앞에 있는 걸까? 하는 염려도 떨칠 순 없지만.. 고맙고 장하다.
혹시 너무 힘들면 대장님이나 친구들에게 꼭~도움을 청해야 한다. 제우는 어젯밤 편지에, 물집이 잡혀있다던데.. 다들 쓰라리고 힘들겠구나.

단체사진에서는 널 못 찾았어. 감자도 캐고, 고기도 구워먹고. 어제는 제법 즐거운 프로그램이었네? 영재에게도 즐거움어었어야 하는데, 이도저도 다 귀찮았던건 아니겠지? 형아가 어제는 삼겹살이 땡긴다 하는걸 아빠가 영재를 생각하며 참아보라고 단칼에.. 형아가 섭섭지 않았나 몰라. 구미갔을 때 둘째 큰아빠 댁에서 수확해 온 호박잎, 깻잎, 박나물, 고추, 가지..일요일부터 초록 풀밭에서 밥을 먹는다.

보고 싶은 영재야!
큰댁 마당에서 속절없이 울어대던 매미 떼를 보았어. 너도 알고 있지? 매미는  6~7년의 세월을 굼벵이로 살다가 여름 한철 세상에 나와 잠깐 생을 마감한다는 것을.. 수컷은 있는 힘껏 큰소리로 울어야 짝짓기를 많이 할 수 있다고 해. 번식에 대한 본능도 있겠지만, 긴긴 칩거생활에 비하면 생이 너무 짧아 서러워 울어대는 것일지도 몰라.
사람들은 흔히 인내를 말할 때 매미의 생을 얘기하곤 한단다. 우리 아들은 이미 폭염으로의 인내.. 폭우에서의 인내.. 태풍을 기다리는 인내.. 목표를 향한 전진의 인내.. 이 모든 걸 잘 하고 있지만, 네가 갈 세상은 그렇듯 인내가 필요한 일이 많이 있단다.

어제는 착한  단짝 친구 준현이가 전화했었어. 준현이도 네가 도전길에 나선걸 알고 있을텐데. 그리움에 지쳤나보다. 유카할 동지가 필요했나?
저녁마다 다리를 쿠션위에 올려놓아야 잠을 잘 청했던 아들아~
대장님 가운데 넓적다리가 가장 튼신해보이는 분을 찾아서 친한척 다가가 슬그머니 쿠션삼아 올리고 자. 알겠지? 엄만 오늘도 응원의 고삐를 한시도 늦추지 않으며 엄마 생활에 매진하고 있을게. 널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