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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혹시...편지 쓸 수 없을까 봐...

by 임광진 posted Aug 01,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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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진아!
내일 혹시 엄마가 밤 열시가 넘어 집에 오면 피곤해서 골아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스러워 편지 남긴다.
오늘 9시 부터 내일 6시 까지 빡시게 집단상담 참여해야 돼.
리더가 신부님이라 어떻게 진행할지 기대만빵이다.
7년 전에 다른 신부님께 훈련 받고 두 번짼데 집단을 이끄는 방법이 타 집단상담 리더와 어떻게 다른지 나름 비교 분석해 보고 싶어.
엄마가 집단을 진행자로 리드할 때와 집단에 참여자로 속할 때 마음 자세가 많이 다르거든.
리더가 되었을 때 집단원이 소외감과 성처를 입지 않도록 조절해야 되고,한 사람이 집단을 장악하는 것을 다른 참여자에게도 적절히 마음을 끄집어 낼 수 있도록 조율하는 것이 복잡다단하단다.
그래서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할 수 있는 공부가 필요하고,다양한 스킬을 배우고 피나는 훈련을 하는 거야.  
우리 아들은 엄마가 거저 이 자리에 온 줄 오해할 수 있겠지만 네가 알지 못하는 시간과 비용,노력 엄청나게 했어.
엄마가 상담을 계속 하는한 지금의 곱에 곱을 더하는 에너지가 필요할 거야.
엄마가 현장에서 형아,누나,동생,친구,어른들을 만나면서 거듭 깨닫곤 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말야.
아무리 상담이론을 많이 알고 외국 유학을 다녀 왔어도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경험자는 유학파도 무시하지 못하거든.
학문이 여물지 않았을 뿐이지 현장에서 익힌 동물적인 감각은 그들보다 뛰어 나니까 말야.
가장 이상적인 것은 이론과 경험이 저울추처럼 균형을 잡는 것인데 그것은 상담자 자신의 몫이란다.

우리 아들은 역사학자와 고고학자가 꿈이랬지?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놓쳐서는 안되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단다.
첫째는 개방적이고 창의적 사고와 따뜻한 가슴
둘째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은 용기와 신념
세째는 인류와 세계에 유익한가를 따져 보고
네째는 무슨 일이 있어도 네 자신의 판단을 믿으라는 거야.
성장하면서 꿈이 바뀔 수도 있고 지금의 꿈을 이루기 위해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일 때 있겠지만  네가 선택한 일에 결코 후회하거나 상처를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천천히 가더라도 진정으로 우리 아들이 원하는 행복한 길, 인생을 걸 수 있는 일을 했으면 소원이 없겠다.

엄마가 울 아들을 몇 살에 낳았다고 했지.
서른 셋...아빠 나이 서른 다섯...많이 늦은 나이에 널 낳았어.
나이 들어 널 얻었다고 조바심치며 욕심 부리지 않았단다.
단지 엄마 아빠가 너와 동생에게 해 줬던 것은 무엇을 하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거야.
아빤 때로 이런 엄마의 고집스런 교육 철학을 마뜩찮게 여길 때도 있었지만 한 번 결정한 일에 대해 한 번도 가로막거나 싫은 내색 하지 않고 엄마의 결정을 신뢰해 줬어.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장애물을 없애 주었지.
아빤 그저 묵묵히 너와 희망이를 넓은 세상에서 맘껏 날개펴고 살아 갈 수 있도록 격려하고 지지하며 뜨거운 응원을 보내곤 했단다.
광진이와 희망이는 이런 아빠가 있으니 땡 잡은 거야.
우리 아들 엄마한테 살짝 귀 좀 빌려 줄래.
우리 끼리만 비밀인데 실은...엄마가 아빠를 무지 사랑하고 존경해.
까칠하고 괴팍한 엄마 성격에 다른 남자는 맥도 못 추고 다 달아 났을 거야.
아빠니까 엄마 성질 다 받아 주고 곁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켜봐 준거거든.(우띠~~~ 말 해 놓고 보니 아빠 버전이잖아)
아직...아빠한테는 비밀이다.
가끔 엄마한테 기절초풍 뺨치며 얄밉게 굴 때가 있어 아껴 놨다가 꼬꼬 할배가 되면 그 때 말 해 주려고 히힛~~~(이건 배신이야...배신...키득키득...)

아들~~~ 갑자기 피로가 밀려 든다.
우리 큰 왕자님은 지금쯤 꿈나라에 가 있겠지.
기둘리고 있어...엄마도 곧 우리 아들 만나러 우주선 타고 꿈나라 여행길에 오를 테니까.
오늘 아무리 피곤해도 동영상 뜬 것은 보고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한양에 입성할 때 까지 무탈하고 오늘도 샤방샤방 행군 잘 할 수 있도록 하늘이 도와 줬음 해.
그럼,굿 나잇...엄마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