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음이 되어 넘은 팔조령
창가에 새벽 이슬이 송글 송글 맺혀있습니다. 해도 뜨지 않은 깜깜한 이른 아침, 대원들은 눈을 비비며 깊은 잠에서 빠져나옵니다. 이제 대원들에게도 이런 생활이 점차 적응이 되어가나 봅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늦장을 부리다 출발 예정 시간을 넘겨 행군을 시작했었는데, 잠자리를 정리하고 행군을 준비하는 시간이 많이 짧아진 덕택에 오늘은 약속시간을 지켜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총대장님은 우리 대열 옆을 오가며 신나는 노래를 들려주었습니다. 대원들은 그 음악소리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신나는 하루의 시작이었습니다.
오늘은 청도를 지나 대구로 향합니다. 처음간 곳은 청도 석빙고였습니다. 청도의 여러 유적을 설명해주실 선생님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반가운 인사를 나눈 뒤 석빙고의 주변을 한 줄로 따라 둘러보았습니다. 책에서 사진으로만 보던 그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꽤나 큰 규모에 모두 놀라는 모습이었습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요즘에는 집에 냉장고가 흔하게 다 있지만 옛날에는 겨울철에 자연 얼음을 저장하였다가 봄, 여름에 사용하기 위한 한 마을의 공동 얼음 저장고였기 때문입니다.
청도 향교의 낮은 문을 머리 숙여 들어섰습니다. 선대 학자들이 지식을 얻기 위해 자세를 낮추었던 것과 같이 대원들도 명륜당에 들어서기 위해 예의를 갖추었습니다. 향교 밖 나뭇가지가 풍성한 300년 된 나무는 이 마을의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듯 합니다.
청도 읍성의 성벽을 따라 이번에는 도주관에 도착하였습니다. 수령이 초하루와 보름에 임금을 상징하는 위패에 절하는 곳인 정청과 중앙에서 파견된 관리나 외국사신이 묵고 갈 수 있는 숙박시설이었습니다. 정청은 일제강점기인 화양면사무소로 사용되면서 바닥과 벽이 바뀌었지만 그 나머지는 옛 모습이 잘 보존되고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팔조령 넘기였습니다. 청도와 대구 경계지점인 팔조령의 유래는 2가지 설로 전해집니다. 옛날부터 산적과 큰 짐승들이 득실거려 8명이 조를 짜서 고개를 넘었다는 설과 길손들이 워낙 벅찬 오르막길의 경사도를 줄이기 위해 8개의 갈지자 굽이로 올랐다는 설입니다. 우리들은 이곳에서 연대별 오리엔테어링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대장님은 먼저 정상에 오르는 순서대로 종류별 간식을 먼저 고를 수 있는 특권을 주기로 했습니다. 대원들은 상을 얻기 위해 각자 자신들의 연대원들과 입을 모아 파이팅을 외치며 필사적으로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산이 험난하여 금방 지치는 대원들이 생겼습니다. 힘들어하는 친구, 동생의 짐을 대신 들어주기도 하고 서로 밀고 끌어주는 모습에 대장들의 얼굴에는 대견해 하는 미소가 그려집니다. 서로 어색해 하던 대원들의 모습은 이제 찾아보기 힘듭니다. 이들에게 협동과 단결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였으리라 생각이 듭니다. 정상의 시원한 바람은 대원에게 자신들의 힘으로 뭔가를 해냈구나 하는 성취감을 가져다 줍니다. 이번 대결의 1등은 3연대가 차지하였습니다. 하지만 대장님은 열심히 한 모든 대원들에게 맛있는 간식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이제는 자신의 것을 챙기기 보다는 함께 고생한 대장님들과 연대원들을 챙기기에 바쁜 모습입니다.
오늘도 꽤 긴 거리였지만 웃고 즐기면서 걷는 동안 해는 저물고 곧 숙영지에 도착하였습니다. 따뜻하게 데운 물에 간단한 세면을 하면서 하루의 피로를 풀어봅니다. 아침에 취사팀 대장님에게 먹고 싶다고 졸랐던 큼직한 파전이 대원들의 식판에 올라왔습니다. 따뜻한 육개장과 함께 얼었던 몸도 녹아듭니다.
하루하루 밝아지고 쾌활해 지는 대원들 때문에 대장들의 마음도 밝아져 갑니다.
부모님들의 내일하루도 밝게 시작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낼 또 뵐께요~
아주 여유롭게 달리고 있구만, 한폼 난다야. 훗날 이런 아름다운 추억을 꼭 기억하거라.
고지가 바로 저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