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만들어 가는 기쁨
대원들과 함께 한지도 열흘째 되는 날입니다. 남은 날짜를 세며 한숨을 쉬던 대원들도 이제는 오늘은 어떤 일이 생길까 기대하며 하루를 맞습니다.
오늘의 행군은 서울나들이 비 앞에서 개인 사진을 찍으며 시작하였습니다. 항상 대열의 후미에서 안전하게 차량통제 해주시던 총대장님도 함께 행군하여 대원들의 사기를 북돋아 주셨습니다. 그에 답하는 듯 대원들은 낙오자 없이 대열을 지켜 앞으로 나아갑니다. 대장들의 선창에 “우로 밀착, 앞으로 밀착” 큰소리로 따라 복창하며 서로에게 주의를 주기도 합니다. 이제는 힘들어하는 대원들의 가방을 들어주거나 서로 끌어주는 모습도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닌 게 되었습니다.
저 멀리 차선 양가로 무덤 더미들이 보였습니다. 우리가 보통 고분군이라고 생각할 때는 흔히 경주나 부여에서 보았던 거대한 왕릉을 떠올립니다. 그것보다 훨씬 규모가 작은 무덤들이 200여개나 이어져 있는 낙산 고분군을 보고 대원들은 공동묘지가 아니냐고 웅성이기 시작합니다. 옛 선조들이 숨쉬고 있을 이곳을 단체사진에 담아둡니다.
점심식사는 대대별로 자체취사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우리들에게 주어진 것은 양은 냄비와 물, 라면, 계란 그리고 김치와 쌀밥뿐이었습니다. 대장님과 각 대대원들이 모두 함께 움직이지 않는다면 자칫 끼니를 거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원들은 자신의 힘으로 자신들이 먹을 밥을 짓는 것에 대해 들떠있기만 합니다. 곧 대원들은 여기저기 흩어져서 더 좋은 땔감을 찾기 위해 바삐 움직입니다. 서로의 아이디어를 모아 음식을 하는 모습은 각양각색입니다. 매운 연기를 맞고 눈물을 흘리면서도 대장님들의 우려와 달리 대원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과제를 잘 해결해 나갑니다.
건초에 불을 붙이고 제때 입김을 불지 않거나 나뭇가지를 잘 넣지 않으면 불은 허무하게 꺼져버리기 십상입니다. 그렇게 불이 붙고 꺼지고를 반복하자 냄비의 물은 끓기 시작합니다. 어디선가 “와~!!” 하는 함성이 들렸습니다. 벌써 식사준비가 끝나고 시식을 할 차례입니다. 기대 찬 모습으로 둘러앉아 음식을 나누어 먹습니다. 간단한 라면 요리이지만 자신들의 힘을 모아 만들었기에 더욱 뜻 깊고 맛있는 하루 식사였습니다.
든든히 배를 채우고 도주관에 도착했습니다. 이웃집에서 술을 먹고 나무 밑에서 잠이 든 주인이 불길에 휩싸이자 낙동강 물에 몸을 적셔 불을 다 끄고 나선 그 옆에서 죽어버린 충견 이야기는 대원들도 교과서에서 한번 씩은 읽어본 유명한 설화입니다. 하나의 소설인 줄만 알았던 이야기 속의 주인공을 기리기 위해 비석이 세워져 있다는 것을 보고 대원들은 마냥 신기해했습니다.
일선리 문화재 마을은 안동지역에 1987년 임하댐 건설로 인하여 마을들이 수몰됨에 따라 사방으로 흩어졌지만 70여 호가 이곳으로 집단 이주하여 그 후손들이 마을을 지키고 있는 곳입니다. 그중에서 10가구는 문화재로 지정되어 옛날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어 그 모습 그대로를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들은 위엄 있는 손잡이를 조심스레 열고 문을 들어섰습니다. 넓은 공간 뿐만 아니라 연꽃 모양의 처마나 기와위의 도자기 장식에서 영남북부지역의 양반가의 호화로운 생활상을 잘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 커다란 집을 어떻게 그대로 옮겨 왔을까 서로 의논해 봅니다.
힘든 행군은 어느 정도 지나가고 이제부터는 대원들과 많은 교감을 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흐르는 땀방울만큼 미소로 채워지는 내일을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