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을 주는 시간들
이른 아침부터 마을 이장님이 우리가 묶은 마을회관으로 찾아오셨습니다. 어제 밤 불편한 것이 없냐고 물어보시면서 오히려 누추하다고 미안하다고 하십니다. 우리가 점촌에 오기까지 받은 많은 시골 인심에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여느 때와 같이 아침밥을 든든히 챙겨 먹고 아침운동 후 숙영지를 나섭니다. 행군도중 길가에 있는 마패 동상이 있었습니다. 유곡역 사적비였습니다. 어제 본 낙원역과 같이 보부상들과 과거를 보기 위한 선비들이 많이 오갔던 곳이었습니다. 우리들은 그곳에서 대대별 사진을 찍고 다시 행군을 시작하였습니다.
우리가 걸어온 영남대로 옛길은 많이 훼손 된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옆으로 고속 철도가 지나가고 곳곳에 고속도로와 국도가 개설되어 대부분이 시멘트 길로 바뀌어져 있었습니다. 옛 선조들이 밟았던 그 모습이 사라진지는 오래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중에도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 구간이 바로 우리가 도착한 토끼 벼랑입니다. 증동국여지승람 문경현 사천조에도 「세상에 전하기를 고려 태조가 남쪽으로 쳐내려와 이곳에 이르니 길이 없었는데 토끼가 벼랑을 따라 달아나면서 길을 열어주어 갈 수가 있었으므로 토천이라 불렀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위험한 산새를 따라 절벽 끝에 이어진 길을 나무사이로 발견 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토천 아래 강줄기를 따라서 길을 걸었습니다. 폭이 꽤나 넓은 곳에서 우리는 냉수 마찰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추운 바람에 대원들의 가슴은 움추려들고 서로 쑥스러워 삐죽삐죽 거립니다. 대장님 중 한분이 먼저 용기를 내어 웃옷을 벗기 시작했습니다. 대장들의 재촉에 대원들도 하나 둘씩 용기를 내어 강물에 다가 섭니다. 남자대원는 웃옷을 벗고, 여자대원은 티한장만 걸쳐 입은 채로 강가 여기저기 늘어서서 손과 발을 씻고 머리를 감습니다. 강물은 살을 애는 듯이 차가웠지만 냉수마찰 이후 상쾌한 온기가 온몸에 퍼져 발걸음이 가벼워졌습니다. 저만치 뒤에서 바라보던 대장들도 총대장님의 지시에 단체로 물에 들어섰습니다. 대원들은 차가워하는 대장들의 모습에 박장대소를 합니다.
몸을 말리고 우리는 남문을 통해 고모산성에 올라섰습니다. 총대장님은 이곳을 지키는 장군이나 수비대 없이도 임진왜란 당시 하루를 견딜 수 있었다고 하셨습니다. 그만큼 주변의 산새는 험하고 산성은 견고하게 싸여 있었습니다. 삼국시대 초기인 2세기경 신라에서 계립령로를 개설하던 시기에 북으로부터의 침입을 막기 위해 축조되었다고 합니다. 임진왜란, 동학 농민 운동, 한말 운강 이강년 선생의 의병 항쟁시 전략적 요충지로서 많이 이용되었다고 합니다. 산성에서 올라서니 주욜산 이남이 한눈에 보였습니다. 시원한 바람과 함께 산성 아래로 보이는 경치도 오르느라 힘들었던 땀방울을 씻어주었습니다. 산성안에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다시 산성을 내려왔습니다.
다시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한 시간쯤 뒤에 한 초등학교에 도착했습니다. 우리는 어제 만들었던 대대별 모형 열기구를 완성 지었습니다. 풍선에 철사를 대고 그곳에 실제 열기구와 같은 바스켓도 만들었습니다. 학모양으로 만들기도 하고 각 대대원들을 그려넣기도 합니다.
대장님은 버너를 준비하십니다. 1대대부터 차례대로 자신들이 만든 열기구를 하늘로 날려보기 위해 운동장 가운데로 모였습니다. 최선을 다했지만 다소 엉성하기도 했던 열기구가 진짜로 하늘에 뜰 수 있을까 걱정했었던 대원들에게 열기구는 대원들의 소망과 꿈을 하늘 높이 날려줍니다. 무거워서 얼마 높게 날지 못하고 땅으로 떨어지거나 나무에 걸려 찢어진 열기구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대원들의 정성이 담긴 만큼 하늘 높이 날아올랐습니다. 총대장님은 공동 우승한 1대대와 11대대에게 상품으로 내일 간식을 두개씩을 주기로 약속했습니다.
작은 것이지만 작은 정성들을 모아 불가능 할 것 같았던 뭔가를 해냈다는 기쁨에 열기구가 하나씩 오를 때 마다 모든 대원들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합니다. 언제 어디서나 최선을 다하고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대원들이 될 수 있는 작은 추억이 되었을 것입니다.
대원들의 일지에는 이제 부모님들과 만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설렘으로 가득 찹니다. 대원들에게 더 많은 성원과 관심을 가져주시기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좋은 하루 보내시고 낼 또 뵐께요.
참가한 대원들 모두가 대단하구나 하면서 감탄을 합니다.
함께하는 아들놈도 대견하구요.
하루하루 도전하고, 생활한 내용들을 보면 참 힘든 생활인데....
대장님들의 지도와 사라이라 생각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