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9시. 이틀 동안 머물렀던 카주라호를 떠나 오차로 이동하기 위해 지프차에 배낭과 몸을 실었습니다. 창문너머로 보이는 풍경과 사람들을 구경하며 달리다보니 벌써 점심때가 다 되었습니다. 차가 멈춘 곳은 인도고성 황실이었습니다.
황실엔 왜 갔냐구요?
점심을 먹기 위해서랍니다. 오늘은 우아한 황실에서 품위 있게 점심을 먹는 날! 아름답게 가꿔진 정원을 통과하여 안으로 들어가니 정말로 옛 황실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었습니다. 탐험대원들은 품위 있게 앉아 각자 먹고 싶은 음식을 접시에 덜어 맛있게 먹었습니다. 뷔페 메뉴 중 닭고기의 인기가 제일 좋아 순식간에 비워지자 종업원들이 놀란 표정을 짓기도 했답니다. 식사 후 평소에 먹지 않던 차까지 마시며 잠시나마 인도의 귀족이 되어보았습니다.
식사 후 탐험대원들은 제항기르 마할에 갔습니다. 제항기르 마할은 오차의 유적지 중에서 가장 훌륭하고 거대한 건물로, 마하라자 비르 싱 데오가 반란에 실패한 왕자 살림을 위해 지은 궁전이랍니다. 무엇보다 건물 꼭대기에서 바라보는 오차의 전경은 끝내주었습니다. 오차의 온 마을과 유적지가 한눈에 들어올 뿐 아니라 옥탑에서 노니는 원숭이 떼의 모습도 볼 수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제항기르 마할의 부속 건물인 쉬시 마할과 라즈 마할도 둘러보았습니다. 특히 라즈 마할은 많이 파손이 되어 있었는데 그래서 더욱 고풍스럽고 느낌이 좋은 곳이었습니다.
궁전 주변을 흐르고 있는 베다니와 강에서 바람을 쐰 후에는 사원을 둘러보았습니다. 락쉬미 나라얀 사원 안에는 17-19세기에 그려진 벽화들이 있었는데, 세포이항쟁 당시의 모습과 현재 인도 민중들 사이에 신으로 추앙받는 잔시의 여왕이었던 라니 락쉬미바이와의 모습은 탐험대원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었습니다. 지금은 작은 규모의 마을이지만, 16세기 분델라 왕조의 수도로 명성을 떨쳤던 곳인 오차의 곳곳을 둘러보며 당시 번성했던 모습을 상상해보며 오차 탐사를 마쳤습니다.
오늘은 세 번째로 야간열차를 타는 날입니다. 지프차로 잔시 역에 도착하여 기차를 기다렸습니다. 빠니 아저씨께서 오늘은 그 전보다 더 좋은 칸에서 잘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불도 주고 베개도 주고, 따뜻하게 잘 수 있다고 하니 안심입니다. 8시 30분경에 기차를 타고 밤새 달려 내일 아침 7시경 부사발 역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탐험대원들은 무사히 그리고 따뜻한 밤이 되기를 바라며 기차가 어서 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실 벌써 세 번째 타는 거라 이제 뭐 크게 두렵진 않습니다. 빠니 아저씨께서 인도에서 기차 타는 방법과 정광판 보는 법등을 친절히 알려주셔서 탐험대원들은 이다음에 혼자 여행하더라도 기차만큼은 잘 탈 수 있을 것입니다. ^^
그럼 오늘 일지는 여기서 줄이구요. 내일 또 뵙겠습니다. 인도에서 정유화대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