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 종단

송이가 유정이에게

by 정혜련 posted Jul 3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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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아 송이가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 물이랑 먹이를 언니가 넣어줬더니 마구마구 먹더니 열심히 달리네.
유정아 어떠니? 어제는 동강을 따라 걸었다고? 동강이 무척 아름다운 곳이라는 말만 듣고 엄마는 한번도 가보지는 못했는데 사진 속에서 보는 풍경은 정말 끝내주더라.
유정아. 발에 물집 생기지 않았니? 워낙 신던 등산화라 발이 편하기는 하겠지만 한꺼번에 걷는 거리가 많아서 물집이 생겼을까 걱정이구나. 너는 '걱정마~ 내가 누군데~'라고 할 테지만 솔직히 엄마 입장에선 걱정이다. 시원한 오이냉국, 콩나물 냉국으로 갈증도 해소하고 식욕도 돋군다는 대장님의 글을 보며서 우리 딸 기운이 빠지지 않을 까 걱정이 또 된다.
이제 행군도 절반을 넘기고 있는 것 같은데 이번 참가자가 너무 많아 아무리 뚫어져라 살펴도 딸 얼굴 한 번 보기 힘드네. 사진이 너무 없다. 지난번 호남대로에 비해서 5배가 많은 인원이 움직이니 우리 딸 친구 사귈 확률은 높은 것 같은데 엄마가 딸 소식 듣기가 너무 힘들구나. 이번엔 전화 사서함도 없나봐. 너무 소식이 단절되니 딸 잘 지낼 줄 알면서도 궁금증이 서서히 걱정이 되려고 한다.잘 지내고 있는 거지? 잠도 잘 자고. 새벽 4시에 기상한다니 새벽녁잠이 있는 우리 딸 졸리지 않나 모르겠다.
유정아, 엄마는 오늘도 배드민턴 치고 왔다. 땀이 비오듯하지만 운동 후가 너무 상쾌해서 더운 날인데도 갔다 왔어. 너의 행군도 그랬으면 좋겠다.
우리 유정이 태어나던 날, 무척 덥고 비도 많이 왔었는데. 무더위 속에서 태어나 세상과 만났고 자랐으니 더위도 다른 사람들보다는 잘 견뎌낼 거야. 엄마는 항상 너를 믿는다. 네가 하겠다고 마음 먹으면 무엇이든지 이뤄낼 것이란걸, 그래서 항상 너를 기다려. 네 스스로 잘 할 거니까. 가끔씩 엄마가 재촉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너의 선택과 능력을 믿어.
이번 국토 순례가 끝나고 돌아오는 일요일에 우리 동대문 시장에 놀러가자. 고속터미널이나. 그 곳에 가면 네가 찾는 비즈들이 많이 있대. 구경만 해도 재미있을 것 같지?
유정아, 힘들 때 행복한 계획을 떠올리렴.
네가 없어서 엄마가 말동무가 없다. 언니도 아빠도 늦게 돌아오고, 혼자서 점심먹고 저녁 먹는데 재미없다.  딸이랑 빨리 맛있는 것 해먹고 재미있는 얘기도 나눴으면 좋겠다. 오늘은 유난히 딸이 보고싶네.
유정아. 아름다운 강원도의 풍경을 가슴 속에 듬뿍 담고 와.
너의 행복한 국토순례기를 우리 가족에게 들려줄 날을 기다리고 있을 게.
딸이 보고픈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