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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 횡단
2011.07.27 22:31

7연대 14대대 이상엽

조회 수 388 댓글 0
엽에게

엽아!
엽아!
자꾸 부르고 싶은 우리 아들 이름.
아침마다 침대에 누워 일어나려고 할 때 팔을 한아름 벌려주는 우리 아들. 집에 돌아오면 ‘엄마√’하고 불러주는 우리 아들. 컴퓨터 하려고 모든 해야 할 일을 후다닥 마치는 우리 아들. 영도에 갔다 올 때마다 아이스크림 한 개씩 먹고 싶어 하는 우리 아들. 너의 그 모습들이 그립고 보고 싶구나.
형과 달리 국토대장정에 다녀오고 싶어하는 우리 아들이 엄마는 너무나 대견스러워. 작은 체구지만 넌 큰 힘을 지니고 있단다. 엄만 네 걱정은 별로 안 해. 늘 찬찬하고, 주위 말에 귀기울여주고, 배려하고, 계획적이고, 아마 거기 7연대에서도 우리 아들의 소리 없이 강함이 나타났겠지.
그렇지만 엄마와 아빠는 12박 13일 동안 걱정과 근심과 함께 생활해야 할 것 같아.
‘배낭이 너무 무거운 건 아닌가?’, ‘목 뒤와 팔이 가려운 건 아닌가’, ‘걸을 때 운동화가 신경쓰이는 건 아닌가?’, ‘여름 잠바를 보내지 않아 혼자 추운 건 아닌가?’, ‘밤에 모기 물리지는 않았나’ 늘 걱정이지만 탐험연맹 홈피에 올라온 너의 사진을 보면서 마음을 달래고 있단다.
맨 처음 단체 줄넘기를 하고 있는 우리 아들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이란 아마 너 만큼 하늘로 오르고 싶었어(네가 단체 줄넘기 할 때 제일 높이 뛰었거든^^), 두 번째 사진은 깃발을 만드는 모습이었어. 브이 자를 그리고 맨 앞에 환하게 앉아 있는 너는 엄마와 아빠도 환하게 해주더구나. 세 번째 사진은 실내체육관인가? 비가 온 후 7연대 아이들 모두 찍은 사진이던데. 실내 체육관에 쭈욱 매달아 놓은 너희들 빨랫감을 보고 엄마의 걱정과 달리 너무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서 참 흐뭇했단다.
이제는 텐트도 굉장히 빨리 치고 침낭도 빨리 갤 수 있겠지? 나중에 우리 가족끼리 캠핑갈 때 엽이가 솜씨를 한 번 보여 줘.  
엄마는 오늘도 연수 가서 공부 열심히 하고 왔어. 오늘 연수서 배운 시 한 편 써줄게.

벌레 먹은 나뭇잎
                          이생진

나뭇잎이
벌레 먹어서 예쁘다.
귀족의 손처럼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한 것은
어쩐지 베풀 줄 모르는 손 같아서 밉다
떡갈나무 잎에 벌레 구멍이 뚫려서
그 구멍으로 하늘이 보이는 것은 예쁘다
상처가 나서 예쁘다는 것은 잘못인 줄 안다
그러나 남을 먹여 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

어떠니?  요번 국토대장정도 매끈한 나뭇잎이 아닌 벌레에게 구멍을 내어주고 그 구멍으로 하늘도 바라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체험이 되었으면 좋겠다.
12박 13일동안 아프지 말고, 다치지 말고, 잘 먹고, 씩씩하게 지내다 오렴.
너의 빈자리가 무척 크지만 엄마가 멀리서 응원할게
우리 아들 !
파이팅.
사랑해~ 엽아!  

                                                      2011년 7월  27일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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