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빈이에게.
사실대로 말하자면, 널 국토횡단에 보내면 엄마는 홀가분하고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숙제는 했느냐?”, “오늘 할 일은 다 했느냐?”, “이건 하지 마라” 등등 잔소리 안 해도 되니까. 그런데 웬걸! 널 보내놓고는 이튿날부터 아침마다 일어나면 날씨부터 체크하고,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일이 손에 안 잡히고 뭔가 모르게 어수선하고 심란했단다. 두통약 먹고 멍할 때처럼.
게다가 그저께부터는 폭우가 쏟아져서 어찌나 걱정이 되던지, 탐험연맹 까페에 들락날락 거리면서 지금쯤 어디 가 있나, 안전한가 걱정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조금 전에 탐험연맹 사무실에 전화해서 거기 강원도 안흥 지방은 날씨가 좋다는 소식을 듣고는 조금 안심했네. “이럴 줄 알았으면 가지 말라고 할걸…(ㅜㅜ)” 후회도 제법 했지.
아빠는 무슨 생각이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엄마가 국토횡단을 권할 때는 이런 생각을 했다.
늘 학교, 집, 학원 왔다갔다 하며 생활에 쫓기다보면 그것만이 세상 전부인 것처럼 여겨질 때가 있잖아. 그러면서도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나?” 허전하고 갑갑한 느낌. 탈출해보고 싶기도 하고. 그럴 때 떠나보라는 거였지. 날 잘 모르는 사람들과 섞여 지내면서 오히려 ‘나’라는 사람을 바로보게 되고, 일상생활과는 다른 생활을 하면서 그간 살아왔던 시간들도 돌이켜보고. 폭염 아래서 끝없이 걷노라면 얼마나 힘들고 짜증나겠나! 나의 끈기가 어디까지인지도 알게 되면서 ‘나’라는 사람에 대해 믿음도 가지게 되는 거지.-너무 엄마 혼자 생각일 뿐인가?(ㅎㅎ)
그래도 한 가지 분명한 건, 치빈이 너 ‘참 대단한 아이’라는 거야. 1학기 때 너의 한계도 보고 가능성도 봤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엄마가 뭘 몰랐던 거라는 생각이 드네. 넌 언제나 엄마가 생각하는 것보다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있는 것 같다.…보고 싶다.
우리 둘이서 잘 하는 말 있지?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건강 조심하고, 힘들수록 주변 사람들과 함께 많이 웃어라. 그리고 우리에겐 제주가 기다리고 이~ㅆ네.ㅋㅋ
2011. 7. 28.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