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했던 어제의 야간 행군 탓에 탐험대의 아침은 꾸벅꾸벅 졸면서 시작 되었다.
어제보단 조금 느긋한 아침 7시.
대원들은 피곤한 눈을 비비며 오전 행군을 준비했다. 오늘은 아픈 대원들이 한팀을 이루어 먼저 선발대로 출발하였다.
물집이 심하게 잡힌 대원, 배가아프고 머리가 아픈 대원 등 열명이 넘는 대원들은 몸이 아픔에도 불구하고 더 열심히 하겠노라 다짐하며 다른 대원들보다 일찍 걸었다.
오늘은 산내초등학교에서 산내 시내를 지나 남원까지 가는 긴 일정이었다. 아침행군은 굉장히 무더웠다. 팔에 내리 꽂히는 강렬한 자외선에 대원들의 팔과 다리, 얼굴은 온통 새카매졌다.
하지만 그 어떤 상황에서도 대원들은 굴하지 않았다. 그늘이 없는 도로를 걸을 때에도, 힘든 오르막 길을 오를때에도 지치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대원들의 손을 잡고 더욱 더 힘을 내었다.
오전행군을 마치고 운봉초등학교에서 우리는 맛있는 점심식사를 했다. 식사시간에는 매번 입가에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식사 중에는 대원들의 가장 큰 변화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엔 힘들다며 밥도 제대로 먹지 않던 대원들이 요즘에는 밥 한공기를 뚝딱 먹어치운다. 편식을 심하게 하던 대원들이나 밥을 조금밖에 먹지 않던 대원들도 너나 할것없이 다음 행군을 위해 체력을 보충했다.
불과 몇일전만해도 밥먹기 싫다며 투정부렸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무조건 입에서 ‘감사합니다’가 나오는 모습은 정말 이루말할 수 없는 감사다. 식사를 마치고 보통때 같았다면 그늘에서 쉬었을텐데 오늘 우리 대원들은 신나게 축구한판을 했다.
더워죽겠다고 하던 대원들이 축구를 할때만큼은 아주 날아다녔다. 공을 쳐다보고 상대방의 행동을 살피며 전략을 세우고 골을 던지는! 의욕 넘치고 신나는 기쁨의 땀방울이 대원들의 이마에 송글송글 맺혀갔다.
아이들이 국토순례를 하면서 그러한 마음가짐으로 임할 수 있다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축구한판을 하고 우리는 다시 오후 행군을 감행했다. 개미떼처럼 길게 늘어선 작은 영웅들이 줄을 맞추어 도로를 누볐다.
한 30분쯤 걸었을까?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고 천둥이 치기 시작했다.
“우르르 쾅쾅” 하며 하늘에서 굵은 빗방울이 떨어졌다. 대원들은 대장님들의 인솔하에 배낭에서 재빨리 우비를 꺼내 입었다. 색색깔의 예쁜 우비를 입은 대원들은 장대비를 뚫고 남원으로 향했다. 우비를 입었음에도 머리가 젖었고 신발에 물이들어가서 질퍽 거렸다.
비는 30분정도 내리다가 그쳤다. 하지만 여전히 몸은 땀과 빗물이 합쳐져 끈적거리는 상태로 냄새까지 났다. 그랬지만 대원들은 투정을 부리지도, 심통을 내지도 않았다. 그 몇일되지 않은 사이에 대원들이 이렇게 의젓해졌구나! 하고 생각하니 마음이 뿌듯했다.
‘작은 영웅들’이라고 쓰여진 노란색 배낭 커버를 싼 가방을 메고 두줄로 서서 걷는 우리 대원들의 뒷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비를 맞아 무거운 몸을 이끌고 걷기 쉽지 않았을텐데도 다른 대원들을 도우며 한걸음 한걸음 행군해 나가는 탐험대가 자랑스러웠다.
그렇게 우리는 오늘의 숙영지인 남원 실내 체육관에 도착했다. 맛있는 저녁식사를 하고 비와 땀에 젖은 몸을 씼었다. 다같이 똑같튼 하늘색 티를 입은 대원들이 스머프마냥 귀엽다. 모두 샤워를끝내고 대원들은 다친 몸을 치료했다. 물집에 있는 고름도 빼고, 새살이 솔솔 나는 약도 바르고 많이 다친대원들을 도와줬다.
그리고 치료를 마친 대원들은 각 대대별로 모여 모형기구를 만들었다. 누가누가 계란을 떨어뜨려도 깨지지 않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오늘의 과제였다. 각 대대에서는 자신들의 아이디어로 모형기구를 만들었다. 종이컵, 빨대, 신문지 등을 이용해 나온 모형기구는 모두다 다른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런 모형기구속에서 나는 우리아이들의 모습을 발견했다. 모형기구를 만드는 작은 합동 일을 하고 있지만 이것 또한 대장정처럼 목적은 하나라는 것을! 같은마음을 가진 각기 다른 대원들이 만나 이렇게 하나의 진정한 경험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내 마음을 뜨겁게 한다.
진정한 영웅이 되어가는 작은 아이들의 마음이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