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드디어 그리운 고국,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입니다. 우리 대원들은 유럽을 떠나는 것이 아쉬워, 친구들과 헤어지는 것이 아쉬워 밤이 새도록 모여서 이야기꽃을 피우고, 서로의 연락처를 교환했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호텔이 부산스럽습니다. 대원들은 한국에서부터 한가득 싸온 짐과 부모님과 친구들의 기념품까지 어느새 늘어난 짐들을 하나하나 정성스레 싸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저희 대장단들도 식기류며 텐트며 그간의 살림들을 챙깁니다.
아침을 먹고, 호텔을 나섰습니다. 비행기 탑승시간은 1시 40분, 아직 시간의 여유가 조금 있습니다. 우리는 공항으로 향하던 중에 라파예트 백화점 앞에 위치한 지하철역에서 내렸습니다. 탐사중에 부모님과 마지막 통화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는 지하철역 근처 곳곳에 위치한 공중전화부스에서 부모님께 반가운 전화를 합니다. 어린 여자 대원들은 부모님과 통화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너무 좋아 먼저 달려갑니다. 이제 곧 부모님과 만날 수 있기 때문일까요. 첫 통화때처럼 눈물을 보이는 대원은 없습니다. 오히려 얼굴에서 웃음이 가실줄을 모릅니다.
통화를 모두 마치고, 우리는 다시 버스에 올랐습니다. 이제 정말로 공항으로 향합니다. 창밖으로는 우리가 걸었던 파리 시내 곳곳이 보입니다. 우리 대원들은 파리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눈에 더 담아두려고 창밖에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공항에 도착하여 탑승 수속을 끝내고 면세점에서 자유 시간을 가진 후에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파리 안녕'하고 마음속으로 손을 흔들어 봅니다.
매우 긴 시간동안 비행기를 타야 합니다. 그간의 피곤이 몰려와 곤히 잠을 청하는 대원이 있는가 하면 곳곳에서 무리를 지어 이야기를 하는 대원들도 있습니다. 우리 대원들, 얼마나 떠들었던지 같은 비행기를 탔던 한국인들이 총대장님께 찾아와 조용히 해달라고 부탁을 하는 웃지 못 할 에피소드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의 수다도로 헤어짐이 아쉬운걸 달랠 수가 없는걸요. 방콕을 경유하여 21일, 드디어 인천공항에 도착하였습니다. 지방에 사는 대원들은 집으로 향하는 비행기 시간 때문에 해단식이 있기 전에 먼저 헤어져야 합니다. 총 12명의 대원들과 우리는 미리 작별인사를 합니다. 얼마나 정이 들었던지 대원들은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서로를 꼭 끌어안고 작별인사를 합니다. 마음이 여린 우리 여자 대원들은 헤어짐이 아쉬워 눈물을 펑펑 흘립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저희들도 코끝이 찡합니다.
드디어 우리는 출국장을 지나 부모님과 상봉을 합니다. 반가운 부모님을 보자 달려가서 그 품에 안겨봅니다. 우리 대원들은 해단식을 하고, 서로 인사를 나눈 후에 헤어졌습니다. 조금전까지만 해도 인천공항을 가득 메우고 있던 우리 대원들이 다 떠나고 텅 빈 공간을 보자 그제서야 대장들도 행사가 끝남을 실감했습니다. 그때는 저희도 어찌나 마음이 짠하던지요. 대원들에게 조금 더 잘해주지 못한 것, 조금 더 대원들을 위해 저를 버리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되었습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16박 17일의 유럽탐사가 끝이 났습니다. 부모님들께서 ‘아들아 딸들아’에 올려주신 글들을 보며 저희도 부모님과 같은 마음으로 대원들을 대하였습니다. 항상 씩씩하고, 밝은 대원들을 보며 저희 대장단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습니다. 그 아이들이 없었다면 저희도 행사를 무탈하게 잘 해낼 수 없었을 것입니다. 자식들을 멀리 타지로 보내놓고 마음 졸이며 하루하루를 기다리셨을 부모님들과 저희 대장단을 믿고 따라준 대원들에게 정말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저희와 함께한 16박 17일이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가는데 있어 좋은 경험이 되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아이들과 함께한 16박 17일의 기억을 떠올리며, 이상 양현정 대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