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울어대던 청개구리 소리 때문이었는지, 무서운 흡혈 모기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다들 깨우지 않았는데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있었다.
새벽 5시 30분. 집에 있었다면 한참 꿈나라를 방랑하고 있을 시간이다.
텐트를 걷어내고 밖으로 나오니 텐트 없이 침낭만 덮고 자는 남자 대장님 들이 눈에 띄었다. 대원들의 실수로 3개 텐트의 폴대가 휘어져 텐트를 칠 수 없게 되어 대장단의 텐트를 대원들에게 주었던 것이다. 바다 주변이라 습기가 많아 간밤새 이슬이 생겨 침낭이 축축히 젖어 있었다. 자신들의 편의보다 대원들을 먼저 생각하는 대장단의 마음이 너무 아름다웠다. 정말 멋진 분들이다.
땀에 찌들어 지쳤음에도 불구하고 대원들의 얼굴은 피곤한 기색은커녕 오히려 상기되어 있었다. 얼마나 많이 걷게 될까?? 많이 힘들지는 않을까? 등의 기대감이 가득차 있었으리라.. 숙영지 바로 앞에 펼쳐진 푸른 통영 바다가 녹음과 어울려 상쾌함을 더해주고 있었다.
바쁜 일정 때문에 곧바로 짐을 싸고 나와서 텐트를 걷기 시작했다. 직접 해보는 것은 오늘이 처음인데도 대장님의 지시에 따라 텐트 해체 작업을 능숙하게 수행했다. 앞으로 몇 일 후면 대장단의 도움 없이도 잘 할 아이들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뿌듯해졌다.
곧이어 아침 식사를 했다.
어제만 해도 맛없다며 투덜대던 대원들이 오늘은 “맛있다”며 먹었다. 또한 편식하지 않도록 골고루 나눠줬는데도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대원들의 변화된 모습을 보며 절로 기뻐하는 대장님들의 모습에서 부모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7박 8일간 제대로 된 식습관을 만들어갔으면 한다.
이 후 우리의 숙영지였던 해양 수상 과학관을 관람하였다. 대원들은 뜨거운 태양에 지쳤는지 수상 과학관을 관람하기보다 시원한 곳만 찾아다녔다. 에어컨 바람은 사막의 오아시스같은 존재였다.
잠깐의 휴식 후, 곧 발대식을 위해 통영 시청으로 향했다. 통영 시장님의 좋은 말씀을 들은 후 선서를 하고 나니, 탐험 연맹 대원으로서의 소속감도 생기고 7박 8일간 정말 잘 해야겠다는 의지가 불타 오르는 것 같았다.
“과천시 청소년 국토 대장정”
이제부터 정말 시작이다!
통영 시청에서부터 가방을 매고 걷기 시작했다. 에어컨을 틀어놓은 방 안에서 쳐다보면, 너무 예뻐서 기분까지 상쾌해질 새파란 하늘이었지만 그 하늘 아래서 걷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더구나 이번 경로는 그늘이 거의 없어 휴식을 취할 공간도 마땅치 않았다.
무겁게 한걸음 한걸음을 떼면서 억지로 보낸 부모님을 원망하고, 무거운 가방을 원망하며 걷길 3시간.
도산 초등학교에 도착하였다. 그 곳에서 점심 식사를 하였다. 메뉴는 비빔밥과 오이냉국.
더위에 지쳐 입맛 없는 찰나에 상큼한 비빔밥과 속까지 시원해지는 오이냉국은 정말 꿀맛이었다. 다 먹은 후 남은 야채 모두를 넣어 비벼서 주먹밥을 해주었는데 그것 또한 대단한 인기였다. 대원들에게 맛있는 식사를 해주신 안병관 대장님과 김석우 대장님, 비빔밥에 들어갈 계란후라이 120개를 만드신 성예보미 대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더한다.
밥 먹은 후 쨍쨍 내리쬐는 햇볕을 피해 꿀 같은 오침 시간이 있었다. 부모님 만나는 꿈, 맛있는 것 먹는 꿈 등 꿈나라를 헤매다 돌아온 대원들에게 정말 꿈같은 시간이 주어졌다.
바로 수박화채 파티!
한 그릇씩 나눠줬는데, 그릇에 붙은 수박 한 조각까지 먹기 위해 긁어먹는 대원들이 신기하고 대견했다. ‘이제야 비로소 캠프 생활에 익숙해졌구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힘을 보충하고 다시 먼 길을 떠났다. 쉽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달콤한 오침과 더불어 맛있는 화채 덕에 무사히 숙영지인 고성 공설 운동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게다가 오는 길에 무거운 짐을 메고 걷는 대원들이 안쓰러웠던지 옥수수를 나눠주는 인심 좋은 고성주민들. 아이스크림과 초코파이를 사주신 과천 시장님의 지원도 있었다.
저녁을 맛있게 먹고 이틀만에 깨끗이 씻은 후 개운한 마음으로 잠을 청했다.
아직은 힘들다는 생각 뿐이겠지만 언젠가는 열심히 걷고 난 후의 샤워가 얼마나 행복한 것있지, 무엇인가 해냈다는 것의 성취감을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