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민아, 삼촌이다. 너 출발한지 꼭 일주일 됐네. 이젠 좀 걷는데 이력이 생겼으려나? 발에 물집 좀 잡히고 안 그래도 까만살에 아주 옻칠을 해놨겠구나. 네 엄마가 어련히 챙겨줬겠다만 그래도 여행하다 보면 꼭 한두가지 정도는 빠트리게 마련이다. 나머지는 지도하시는 선생님이나 함께 가는 친구들에게서 얻도록 하고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한 두개 정도는 잊고 지내는 것도 괜찮다. 없이 지내는 것도 적당히 배워두는게 좋아. 반대로 물건 몇 개 빠트리고 온 친구들도 있을텐데 걔들한텐 가끔 네가 먼저 그 애들과 나눠쓰는 모습을 보여주렴. 고마워 할거다.
너 떠나던 날부터 한도끝도 없이 덥더구나. 집에 있는 삼촌도 삼복더위를 지내느라 혼이 났는데 국토 허리줄기를 노상 걷고있는 너는 오죽하겠니. 그래도 옛말에 이열치열이라고 했다. 더위는 열로써 이겨낸다는 말인데 복날 뜨거운 삼계탕을 고아먹고 하는 것도 다 이런 이치란다. 어째 먹는 건 잘 먹고있나 모르겠다. 다른 건 다 맛있게 먹더라도 절대 더위는 먹지 말아라. (혹시 간식으로 '더위사냥' 같은게 나오면 그런건 맛나게 먹어도 돼)
국토대장정도 이제 슬슬 막바지로 향하고 있겠구나. 뭐든 마지막이 가장 힘들다. 맘 다부지게 먹고 꼭 완주하렴. 여의도에 도착하면 기분이 남다를거다. 앞으로 친구들에게 자랑할만한 기록도, 틈틈히 되새기며 행복해할만한 추억도 모두 가지게 될거야. 또 거기서 만난 친구들과도 좋은 인연 계속 가져가기를 바라ㅡ사람이 가장 좋은 재산이란다.
길게는 안쓴다. 삼촌 편지도 편지지만 탐사기간도 얼마 안남았는데 친구들이랑 마저 놀아야지. 남은 기간동안 열심히 걷고 배우고 느낄 수 있길 바라. 일단 삼촌은 미리 축하할게.
"성민아 완주한거 축하해!"
자, 이제 삼촌 거짓말쟁이 만들지는 않겠지?
- 2012.7.29
서울에서 경래 삼촌이 쓴다
P.S. 삼촌이 바빠서 먼저 써놓고 글이 조금 늦어졌다. 오늘(31일)이 네 외증조할머니 제사란다. 얼마나 기억날지 모르겠지만 항상 성민이 예뻐하고 사랑하셨던 분이시니까, 성민이 한강종주 끝날 때까지 별 탈 없이 지켜주실거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자! 한성민,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