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부모님께
안녕하세요. 저는 이 편지를 국토종단 여행중 대구로 향하는 길에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아직 죽지 않고 잘 살아있지만 죽을 것 같아요. 첫 날에는 제주도에서 한라산에 갔는데 오우.. 너무나 높았지 뭐에요. 그 때 발에 물집이 생겨서 바늘로 대장님께서 터쳐 주셨어요. 지금은 발에 물집이 더 늘었긴 하지만, 그래도 다 같이 단체로 같이 하니까 할 만하고 재미 있기도 해요.
그리고 어제는 도로를, 줄지어 걸어 가는데, 우리 동네랑 무지 비슷하고 약간 시청쪽에서 고속도로 타고 내려오면서 sm마트로 올라오는 그 거리랑 무지 비슷해서, 갑자기 집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났어요. 솔직하게 빨리 광주로 내려가고 싶은데 우선 서울까지 올라가야 되고.. 다리는 너무 아프고 지금까지 계속 걸어 왔는데, 하루 빨리 집에 가고 싶어요.
엄마도 보고 싶고, 하이도 보고 싶고, 아빠도 보고 싶고, 친구들도 보고 싶고 아! 그리고 오제 아랑각에 가서 해설을 들었는데, 그 때 해설사분께서 한 번 누워보라고 하셨거든요. 그 때 누웠는데 춥긴했지만 어찌나 황홀하던지 순간 잘 뻔했지 뭐에요.
이 곳에 와서 차의 소중함도 알고 집의 중요성도 알고 밥의 중요성도 알고, 그리고 아침에 5~6시 기상도 많이 해봤어요. 그런데 패딩이 좀 더러워지고 음.. 그냥 의류나 신발 다 더러워졌어요. 죄송합니다.
집에 서둘러 빨리 가고 싶어요. 집 가서 빡빡 씻고 포근한 이불 덥고 쭉 자고 싶어요. 빨리 서울로 가서 KTX나 버스타고 얼른 내려오겠습니다. 아, 저 오늘 대구 숙소에 5시 조금 지난 후 도착했어요!
p.s. 하이에게
하이야 보고 싶어. 내가 빨리 광주로 내려올게 사랑해.
2019년 1월 9일 화요일
광주가서 애슐리란 배스킨라빈스랑 우유 마시는거랑, 내가 좋아하는 이불 덥는거랑 잠자는 것을 하고 싶은 문지수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