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의 날이 밝았습니다. 대원들이 자신들의 힘으로 약 350km를 걷기 시작하는 날입니다. 아침에 갑작스런 폭우가 내리기는 했지만 다행히 대원들이 모이는 시간에는 비가 그치고 날이 맑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의 12박 13일의 행군이 순조롭게 풀릴 좋은 징조가 아닐까 싶습니다. 2시까지 효창운동장으로 모이는 것인데 부지런한 대원들은 12시 반부터 오기 시작했습니다. 일찍 온 대원들과 부모님들은 점심을 먹기도 하고 가방에 불필요한 물품을 빼면서 다른 대원들을 기다렸습니다. 대원들마다 표정이 다양합니다. 부모님에 의해 강제로 끌려오다시피 한 대원들은 울상이거나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반면에 자원한 대원들은 새로운 도전을 생각하며 신난 표정입니다. 그 중에는 국토대장정을 여러번 가봐서 모든걸 꿰고 있는 듯한 표정을 지은 대원도 있네요.^^
태백으로 바로 오는 6명의 대원을 제외한 99명의 대원이 2시 조금 넘어서 모두 왔습니다! 태백으로 출발할 시간이 온 것입니다. 모든 대원이 세 대의 버스에 나눠 타고 마지막으로 부모님과의 이별 시간을 가졌습니다. 부모님들은 대원들의 사진을 조금이라도 더 찍으려고 하는데 사춘기인 대원들은 부모님의 마음도 몰라주고 사진 찍는걸 피하기만 하네요. 내일부터 행군하기 시작하면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나면서 오늘의 행동을 후회할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부모님과의 마지막 인사를 마친 후 우리는 부모님들의 환송을 받으며 내일 행군을 시작할 지점인 ‘한강의 아침’으로 출발하였습니다.
안전을 위하여 모든 대원이 안전벨트를 착용한 뒤 대원들은 처음 본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기도 하고 아이들 특유의 친화력을 발휘하여 친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빨리 친해진 대원들은 버스에서 여러가지 게임도 하고 얘기도 나누었습니다. 같이 국토대장정을 간다는 동질감 때문인지 빨리 친해지네요. 대원들이 슬슬 버스 여행에 질려 몸을 뒤틀고 화장실에 가고 싶을 때 쯤 문막 휴게소에 도착했습니다. 가야 할 길이 멀기에 많이 쉬지는 못 하고 대장님들의 인솔 하에 신속히 화장실을 갔다 온 후 다시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날씨가 갑자기 흐려지기 시작하더니 빗방울이 내립니다.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고 이윽고 조금씩 내리던 비가 장대비로 바뀌어 버스를 세차게 후려칩니다. 비 때문에 도로가 미끄러워 혹시나 사고가 날까봐 대장님들은 조마조마한데 이런 마음을 알아주었는지 충북 제천을 지날 때 즈음에는 비가 서서히 그치기 시작해서 구름 한 점 없는 파아란 하늘이 나타났습니다.
장장 4시간에 걸쳐 드디어 ‘한강의 아침’에 도착!! 맑은 날씨에 대원들과 대장들 모두 설레는 마음으로 버스에서 내렸습니다. 도착하여 가장 먼저 한 일은 텐트교육. 앞으로 대원들이 12박 13일의 반 이상을 야외에서 자게 될텐데 그 때 가장 중요한 것이 텐트를 치는 것이기에 텐트치는 법을 반드시 숙지해야 합니다. 대장님들이 텐트 치는 법을 시범을 보이고 남녀를 분리하여 텐트조를 나눈후 각 조끼리 텐트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대장님들이 옆에서 도와주니 텐트치는 것도 금방 끝났네요. 아직 대장님이란 호칭에 익숙하지 않은 대원들은 대장님을 선생님이라 부르는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ㅎㅎ 텐트를 치고나니 잊고 있던 배고픔이 몰려듭니다. 차례대로 줄을 서서 취사대장님이 만들어주신 밥과 반찬을 받고 맛있게 밥을 먹기 시작합니다. 밥을 먹기 전에 “잘 먹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기본적인 예의를 배우고 쌀 한톨 남지 않도록 밥을 다 먹었습니다. 모두들 점심을 먹고 간식을 안 먹어서 그런지 싹싹 긁어먹네요. 저녁을 먹고 티, 침낭, 모자, 대원일지 등 기본적인 물품을 배급받았습니다.
이제는 대장님들의 소개 시간. 앞으로의 행군 내내 대원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돌봐줄 대장님들은 소개하는 시간입니다. 아직 대원들은 모든 대장님들을 알지 못하지만 그래도 대장님 한명 한명을 소개할 때마다 큰 박수와 유머로 환영을 해주었습니다. 유쾌하게 대장님을 소개한 후 연대끼리 서로를 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얼굴과 이름을 외우고 어색함을 풀기위한 연대장님들의 각고의 노력이 엿보이는 시간입니다. 어색함을 푼 뒤 가방 검사가 이루어졌습니다. 필요없는 물품을 다 빼고 대원들은 간단히 씻은 후 아까 대원들이 직접 친 텐트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내일의 행군을 위하여 대원들이 푹~자고 일어났으면 좋겠네요.
어머니, 아버지 대원들이 이렇게 오랫동안 떨어진 적은 처음이겠지만 대장님들이 잘 돌봐주어 종주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안심하고 주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