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걷는 거리가 어제와 비슷하였기 때문에 대원들은 어제와 똑같은 시간인 5시 반에 기상을 했습니다. 어제 텐트에서 자고 일어났을 때는 약간은 퀭한 얼굴로 텐트에서 나오더니 체육관에서 자고 일어나니 피로가 풀린 듯한 표정으로 일어나네요. 같은 시간을 잤지만 어제와 오늘 표정이 정말 상반됩니다. 대원들이 야외에서 텐트를 치고 자는 것에 익숙해 지려면 아직은 약간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따뜻한 체육관에서 잔 아이들은 일어나자마자 어제 텐트에서 잔 것과 달리 춥지도 않고 상쾌한 기분으로 일어났다며 기분좋게 재잘재잘 댑니다. 어제 행군의 강도를 깨달은 대원들은 대장님이 주시는 밥을 덜어달라고 말하지 않고 든든하게 먹었습니다. 하루에 정해진 거리를 걸으려면 든든하게 밥을 먹어놓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죠.
밥을 먹고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행군 준비를 합니다. 하늘을 보니 해가 보이지 않을 만큼 구름이 많이 끼고 바람도 많이 부네요. 일상에서는 이게 좋지 않은 날씨일 수 있으나 한 번 행군해본 대원들은 이 날씨가 행군하기에는 최적인 것을 알고 날씨가 정말 좋다며 좋아했습니다. 밤에 잠도 잘 자고 행군하기에 날씨까지 좋으니 컨디션이 최상인가 봅니다. 이 기분 그대로 행군 시작~!!!
기분이 좋으니 선두에서 빨리 걸어도 잘 따라오고 힘들다는 소리도 하지 않습니다. 어제 하루 행군하면서 친해진 대장님들과도 자연스럽게 얘기를 나눕니다. 행군할 때 가만히 말없이 가는 것 보다는 옆 짝궁이나 대장님과 얘기하면서 걸어가는 것이 덜 힘들고 시간도 빨리 간다는 것을 하루만에 터득한 것이지요. 어제 행군할 때 죽을만큼 힘들었다는 얘기, 첫 날 버스타기 전에 엄마랑 싸워서 제대로 인사하지 않은게 후회된다는 얘기, 집에 있는 강아지가 자기가 없어서 외로울 것 같다는 얘기 등등 행군얘기부터 개인적인 얘기까지 다양한 주제로 얘기하면서 친해집니다. 얘기를 하면서도 대원들은 틈틈이 옆으로 뛰어가는 비디오 대장님에게도 포즈를 취해주고 행렬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카메라 대장님에게도 각자 자신있는 포즈를 취해줍니다. 첫 행군에 비해서는 많이 여유로워진 모습입니다. 휴식을 취하는 시간에는 총대장님이 틀어준 ‘버블팝’에 맞춰 ‘버블 버블 팝팝!!’을 다 같이 외치며 잠깐이나마 피로를 풀기도 했습니다. 힘든 상황에서도 유행을 따르는 학생들의 면모를 보니 귀엽네요^^
오늘의 행군은 오전에 많이 걷고 더워지는 오후에 적게 걷자였기 때문에 아침에 많이 걷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잘 따라와주던 대원들이 점점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일 즈음에 점심을 먹고 쉴 문래 분교에 도착하였습니다. 신발과 양말을 벗어 발을 쉬게 하면서 점심을 먹은 후 너무 더운 시간에 걷는 것을 피하기 위해 대원들은 처음으로 오침을 해보았습니다. 학교 그늘에 매트리스를 깔고 삼삼오오 모여 대원들은 잠을 청했습니다. 아침에 많이 걸어서인지 대부분의 대원들은 머리가 땅에 닿자마자 잠이 드네요. 100명이 넘는 아이들이 잠이 드니 학교가 갑자기 조용해집니다. 이따금 아이들이 뒤척이는 소리와 매미의 소리만 들리네요. 한시간 반의 달콤한 낮잠이 끝나니 대원들의 얼굴에 생기가 돕니다. 오침 전과 후의 모습이 확연히 달라진걸 보니 오침의 효과가 대단한가 봅니다. 다시 행군할 준비를 하면서 매트리스를 정리하고 버려져있는 쓰레기를 줍고 분교를 떠났습니다. 우리가 오기 전 모습 그대로 해놓고 떠나자는 것을 실천하는 것이지요.
오후의 행군은 오전보다는 선두의 속도가 느려져서 대원들이 걷기에 한결 수월했습니다. 오전의 막바지에는 행군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헉헉대던 대원들이 오후에는 풍경을 감상할 만큼 여유로워졌네요. 발에 잡힌 물집에 상관없이 다들 잘 걸어주어 빨리 정선농민회체육관에 도착했습니다. 숙영지가 실내라는 것을 알게된 대원들은 크게 환호했습니다. 텐트를 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뿐만 아니라 실내에서는 샤워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기때문입니다.
오늘 저녁으로는 떡볶이가 나왔는데 아이들에게 인기 폭발이였습니다. 매운 것을 잘 먹지 못하는 대원들을 배려하여 약간 달콤한 떡볶이가 나오니 대원들은 다시 리필해 먹을 만큼 맛있게 먹었습니다. 저녁을 먹은 후 연대별로 앉아서 대원일지를 쓰며 샤워순서를 기다렸는데 연대원들끼리 꽤 많이 친해졌는지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들립니다. 처음 연대를 짰을 때는 연대원들끼리 서로 이름도 모르더니 삼일을 같이 행군하고는 다 같이 둘러앉아 얘기를 할 정도로 친해졌네요. 모든 대원들이 일지를 마친 후 연대기 만들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오늘처럼 숙영지에 일찍 도착한 날에는 연대끼리의 게임뿐만 아니라 연대기 만들기처럼 여러 가지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연대기를 만들면서 연대원들은 서로 의견을 공유하면서 좀 더 친해져갔고 연대장님과도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대원들은 몇 시간전까지만 해도 힘들게 걷던 기억을 다 잊었는지 다른 연대는 어떻게 만들어가는지 구경하러 가기도 하고 자기네 조의 연대기를 보여주지 않기 위해 이리저리 수를 쓰며 아주 신이 났네요. 연대기에는 각 조의 특색이 잘 드러났는데요. 연대장님은 나서지 않고 연대원들의 의견만으로 연대기를 만든 조도 있고, 연대장님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수렴하는 조, 서로 토의하면서 만든 조도 있었습니다. 다 완성된 연대기를 보니 연대장님의 의견 위주로 만든 연대기는 약간 뻔한감이 없잖아 있네요^^ 연대원들의 의견이 많이 들어간 연대기는 창의적이구요ㅎㅎ
연대기를 다 만든 후 대원들은 산뜻한 기분으로 잠이 들었습니다. 내일 아침 대원들이 일어나자마자 꿈도 안 꾸고 푹 잤다는 말이 또 나왔으면 좋겠네요^^*
이상 일지대장 강희경, 사진대장 김도완 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