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의 동화같은 마을에서 맞이하는 아침. 유럽의 식사에 익숙해진 대원들은 일찍부터 나와서 빵과 햄, 시리얼과 요구르트를 양껏 덜어다 먹습니다. 오늘은 융프라우에 올라가는 날입니다. 직접 걸어 올라가는 것은 아니지만 긴 여정이 될 것을 생각해서 든든히 챙겨 먹습니다.
긴팔옷을 단단히 챙기고 유스호스텔 옆의 인터라켄 오스트 역으로 갑니다. 총대장님이 나눠 주시는 융프라우 등산열차 티켓을 나눠 받습니다. 이제 출발할 시간. 열차의 예약된 단체석에 모여 앉아 창밖을 바라보며 어젯밤 못 다 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기차가 출발하고, 창밖으로 펼쳐지는 스위스의 풍경을 바라보며 탄성을 지르며 카메라로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저멀리로 만년설이 쌓인 산봉우리가 보입니다. 올라가려면 한참이나 남았지만, 마음만은 벌써 만년설 위를 밟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인터라켄 오스트 역에서 출발한 열차가 라우터부른 역에 도착합니다. 이곳부터는 본격적으로 산세가 험해져, 등산열차로 갈아타야 합니다. 열차 앞뒤의 레일을 보면 톱니바퀴가 물 수 있는 이빨들이 나 있는 것이 보입니다. 이윽고 등산열차가 출발하고, 속도는 빠르지 않지만 높은 경사도 멈추지 않고 꾸준히 올라갑니다. 이제부터는 창밖으로 본격적인 산세가 펼쳐집니다. 급경사의 목초지에 소들이 풀을 뜯고 있고, 깎아지를 듯한 절벽이 갈라진 틈새로 한줄기 폭포가 떨어지는 광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빙하가 녹아 내리는 이 물들이 한데 모여 인터라켄의 양 옆을 감싸는 드넓은 호수를 채우게 됩니다.
열차 선로가 한 선밖에 없어, 올라가는 열차와 내려오는 열차가 마주치게 되면 한 쪽 기차가 묵묵히 올라가던 걸음을 멈춥니다. 이렇게 열차가 멈출 때마다 대원들은 창 밖으로 한껏 몸을 내밀고 풍경을 둘러보랴, 사진을 찍으랴 정신이 없습니다. 울창한 수목과 뭉게뭉게 솟아오른 구름,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만년설과 물살, 절벽 틈으로 흘러 내리는 한줄기 폭포... 열차를 타면 꾸벅꾸벅 졸던 대원들이 창 밖을 바라보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열차는 그 사이에 클라이네 샤이데그 역에 도착해 대원들을 내려 놓습니다.
이제는 융프라우, 정확하게는 융프라우요흐까지 다른 열차를 타고 올라가야 합니다. 이곳부터는 암벽을 뚫어 만든 터널로 열차가 운행하기 때문에 창밖을 내다보며 풍경을 만끽할 수는 없지만, 중간중간 내려 관람할 수 있는 터널을 따로 뚫어 놓아 열차가 멈춰 설 때마다 대원들은 잽싸게 내려 전망대로 뛰어갑니다. 유리창 밖으로 펼쳐지는 빙하와 만년설, 깎아지를 듯한 빙벽에 감탄사만 나올 뿐입니다.
드디어 등산 열차로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역, 융프라우요흐에 도착했습니다. 흔히들 융프라우 등산 열차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융프라우 바로 아래의 능선인 융프라우요흐까지 열차가 운행됩니다. 이곳에서 얼음궁전, 전망대, 전시관 등을 거쳐 건물 외부로 나옵니다. 드넓게 펼쳐진 만년설과 그 위에서 스키, 보드, 눈썰매를 즐기는 사람들, 설원 트레킹을 즐기는 사람들이 깎아지를 듯한 설산들과 함께 탄성을 자아냅니다.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으로 등재된 알레취 빙하, 수많은 등산가들이 도전했던 역동적인 드라마의 무대인 아이거 빙벽, 융프라우 봉... 주위 둘러보는 곳마다 엽서보다 더 빼어난 절경이고 장관입니다.
아쉽게도 기차 시간이 다가와 내려갈 준비를 합니다. 올라갈 때와 반대로 클라이네 샤이데그 역에 먼저 도착한 대원들은, 이번에는 라우터부른 역이 아닌 그린데발드 역으로 내려갑니다. 그린데발드로 내려가는 길에는 경사진 목초지가 드넓게 펼쳐져 있고, 소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풀을 뜯고 있었습니다. 그린데발드 역에서 다시 인터라켄 오스트 역까지... 인터라켄 오스트 역에서 내린 대원들은 간식거리를 사고 브리엔즈 호수 주위의 각 도시를 도는 유람선에 탑승합니다.
햇살은 조금 덥지만 호수 위의 시원한 바람들이 대원들을 감싸는 청명한 날씨입니다. 햇볕을 쬐며 졸기도 하고, 끼리끼리 모여 떠들고 놀고, 돌아다니며 호수를 둘러싼 산맥들을 감상하고... 좁은 유람선 안에서 한참을 돌아다니던 대원들은 이내 심심해졌는지 갑판 위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좁니다. 그리고 서로 게임을 하며 친해지는 시간을 갖기도 합니다.
유람선에서 내린 곳은 뵈니겐. 등산열차와 유람선을 타며 보았던 동화 속 마을 같은 풍경들 사이로 들어온 느낌입니다. 근처의 레스토랑으로 스위스 전통 음식인 퐁뒤를 먹으러 갑니다. 퐁뒤에 대해 미리 조사한 태상이가 대원들에게 퐁뒤는 치즈와 화이트 와인을 섞어 만든 것에 빵 등 음식을 찍어 먹는 스위스의 전통 음식이라며 설명을 해줍니다.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라 치즈 특유의 냄새에 민감해 하는 대원들도 있는가 하면 입맛에 맞는다며 바닥까지 싹싹 긁어 먹는 대원들도 있습니다.
오늘은 일지에 스위스의 아름다운 것 다섯 가지를 찾아서 써보기로 합니다. 대부분 만년설, 호수, 예쁜 마을 등 자연에 관한 것들입니다. 부모님과 이곳에 다시 찾아와 오늘 본 풍경들을 보여드리고 싶어 하는 대원들이 많았습니다. 내일은 아침 일찍부터 기차를 타고 긴 여정의 마지막 국가, 마지막 도시인 독일의 하이델베르크로 향합니다. 탐방의 마지막까지 이제껏 해왔던것처럼 모두 안전하게, 사고 없이 끝날 수 있도록 응원해주세요.
김성준 대원 일지
1. 기상/ 숙소는 덥지만 대장들 모두가 긴 팔, 두꺼운 옷 위주로 입으라 하여 입고 나감
2. 융푸라우에 가기 위해 3개의 열차를 갈아탐.(앞에 정훈이 형이 있었는데 고소공포증 때문에 말을 잘 안했음. 사진을 찍으며 올라감. 찍는 것 마다 절경이었다. 하지만 조금씩 어지러웠다.
3. 도착/ 첫 말은 '춥다'라는 말 들.. 그리고 정상에 올라 단체 사진을 찍었따. 그리고 얼음 방에 들어갔는데 4면이 얼음이라 미끄럽고 추웠따. 해서 문워크가 가능했다.
4. 식사/ 어떤 티켓을 줬따. 컵라면을 먹을 수 있단다. 하지만 그 쪽에서는 불가하단다. 그래서 우리 돈으로 살려했는데 비싸고 단위가 달라서 겨우 구걸한 끝에 빵을 사서 동재형이랑 나눠먹음.. 그리고 점점 더 어지러워짐
5. 타산/ 비틀거리며 열차에 탐. 계속 잠.
6. 유람선/ 숙소 앞에 선착장이 있어서 하산 후 30분 쉬었다가 다시 감. 가는 곳마다 '이야'하는 소리가 나옴. 물도 에메랄드~~ 그리고 누나들이랑 게임하고 내렸는데 우리가 탔던데가 아니었다.
7. 걷다/ '너무 안 걸어서 걷게 하는 거야?' 젠장.. 뭐지? 레스토랑과 치즈 퐁듀/ 오~래 걸어서 레스토랑 도착, 퐁듀를 먹는다길래 난 처음 초콜릿인 줄 알았는데 치즈란다. 근데.. 그냥 치즈가 아니라 화이트 와인을 와서 썼다. 술 냄새도 보통이 아니었다. 그래도 '숙소로 갔는데 걸어서 7분...뭐지?' 아까 처음에 배 탄 곳에서 걸어갔으면 10~20분 걸렸을 걸 우린 왜 1시간 정도 걸었지?... 융푸라우 Jungfrau에서 아름다웠던 걸
1. 기차의 모양이 특이했다. 2. 산에 있는 눈이 아름다웠다. 3. 소들이 아름다웠따. 4. 말들이 아름다웠다. 5. 넓은 초원이 좋았따. 6. 산 정상이 좋았다. 7. 얼음 동굴이 좋았다. 8. 동굴이 좋았다. 9. 만년설이 좋았다. 10. 기찻길이 특이했다.
한민수 대원 일지
아침에 유스호스텔에 간만에 가뿐하게 일어난 뒤 샤워를 하고 아침을 먹으러 갔다. 그런데 그곳에 빵 밖에 없어서 제대로 먹지 못하였다. 그리고 여러번 기차를 갈아타고 Jungfrau으로 올라갔다. 올라갈 때마다 추워 두꺼운 옷을 많이 껴입어서 그나마 나았다. 그리고 올라가다가 한 역에 들러서 전망을 구경했다. 눈이 걷혀 있어서 그런지 뭔가 멋지고 신기하기도 했다. 그리고 관광을 하는곳까지 가서 여러군데를 돌아다녔다. 얼음 궁전에 갔을 때 더 추워졌지만 얼음으로 만든 멋진 작품들을 보면서 가니깐 그나마 나은 것 같았다. 그리고 밖에 나갔을 땐 풍경이 정말 장관이어서 좋았다. 그리고 자율식사를 하는데 원래는 컵라면을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쿠폰을 받았는데 물가가 너무 비싸서 결국엔 사과와 배 2개로 배를 채우고 자율 식사를 마쳤다. 그리고 기차를 타고 내려간 뒤 유람선을 타고 관광을 하려는데 너무 시원해서 긴팔을 입고 있지도 덥지 않았다. 그리고 배에서 내린 뒤 퐁뒤를 먹었는데 맛있고 신기하기도 했다. 그리고 숙소에 간 뒤 정리르 했다. 여기에 있으면서 그런게 추운 곳도 가 본다는 것이 신기했다. 여기는 날씨가 쌀쌀해서 긴 팔을 입어도 별 문제가 없을 것 같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한국에 가면 더워서 어떨까하는 걱정을 하게 되는 날씨있다. 그리고 유스호스텔 도착한 뒤 일지를 적고 잤다.
스위스에서 인상 깊었던 것 : 융프라우 얼음 궁전, 맥가이버, 스와치, 100주년, 산 올라가는 기차, 융프라우 풍경, 만년설, 추위, 아침, 이 모든 것들이 모두 아름답고 인상 깊어서 좋았다. 그리고 fondue 처음 먹어보는 신기한 것들이다.
박민창 대원 일지
오늘은 정말로 내 기억속에서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완벽하고도 환상적인 날이다. 그래서 그런지 쓸 말이 너무 많다. 내가 건물보고 별로 감동 받지 않는 무감을 가지고 있지만 경치라면은 엄청 생각이 많아진다. 난 인공적인 것보다 자연적인 것들이 훨씬 낫다. 그래서 그런지 Jungfrau 탐사는 나에겐 모든 것이었다. 정말 경치가 환상이었다. Interlacen도 그렇다. 그 뜻이 물과 물의 사이에 있다는 뜻이었던가. 정말 호수 두 사이에 있는 곳이다. 그리고 경치는 환상 이상이다. 난 무한한 물질적 풍요보다, 영원한 젊음보다, 이를 제외한 세상 그 어느 것보다 여기가 더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그건 아니지. 열흘 넘게 보지 못한 부모님이라던가 아직은 없지만 있게 될 미래의 내 이상형, 어쨌든 내가 이 생각이 들 정도면 엄청나게 좋았던것이겠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고 여행을 좋아한다면 이곳에 같이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다만 아쉬운점이 조금이나마 있다면 이 기억을 선명하게 기억할 사진 몇장도 내겐 허락되지 않았다. 불공평한 세상. 그리고 게으름에 밀려 같이 밀려버린 일지를 강요하는 대장님 덕에 짜증이 만년설처럼 쌓였다. 이 경치를 더 담아야 하는데! 지금에서야 다 쓴다.
이런 환상이 깨진 시점? 없을 것 같지만 나와 같은 족속들 때문에 잠깐 깨졌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이런 높은 산지에도 인간의 손길이 닿은 것이다. 당연히 화가 났지만 어쩔 수 없다. 그것이 있기에 내가 여기서 좋은 경치를 볼 수 있었던 것이고 내가 지구를 위하는 생각을 할 수 있게도 된 것이다. 깊이 생각하면 슬픈 것이지. 그나마 위로가 되었던 것은 딱히 꼽자니 한가지구나... 아름다운 절경. 나머지는 내가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어서 그게 묻혀버릴뻔도 했다. 심각하게 생각한 것은 그냥 뭐... 생태와 지구를 사랑하는 인간의 고통정도. 문명은 나를 울리고 괴롭히면서 때론 감동시키는 것이라서 감히 성급히 판단내릴 수가 없다. 신중하게 봐야지. 인간에게 남은 가능한한 최대의 시가은 50억년. 인간 인간은 영원이다. 그 씨가 있기에. 그러나 그 개인은 아니라서 그가 잘못하여 성급하게 행동하면 그걸로 거대한 우주 속 보이지도 않는 한줌의 재로 불타버릴지도...는 너무 심각했다. 그렇지만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Interlacen Ost에서 Jungfrau로 갈 땐 나는 떼어먹은 시간을 생각하며 일지를 가만히 놔두고 경치 구경을 했다. 하하. 오늘 사진 찍은 것 중 일지 들고 있는 사진은 일지를 쓰게 하려는 조련사의 채찍질 때문에 사진 찍는 중에도 일지를 쓰고 있는 척 하려 그랬지만 아무도 신경 안쓰겠지. 나는 게으른 인간 따위니까. 이렇게 생각하니까 괜히 씁쓸해진다. 과연 게으른 인간 따위는 유심히 볼 어떤 것이라도 있을까? 갑자기 우울한 생각에 빠져들 때면 그냥 Jungfrau의 절경을 떠올리자. 덜컹이는 기차 안에서 쳐다보는 절경. 게으르고 한심한 인간이 절경을 쳐다봐도 되는 것인가?
별로 서두를 것도 없는 것 같은데 너무 서둘러서 기억에만 남겨야했다. 태상은 가방을 잃어버렸다. 그런데 민준 형이 정말 멋졌다. 태상 가방을 찾으러 가고 기차 놓치는 것을 무릅쓰고 간 것. 다행히 가방도 찾고 태상도 찾았다. 근데 태상이의 기분 좋은 것은 두고 왔나. 분위기가 무서워질 뻔 했다. 여기서 나오는 한심한 인간의 한심한 생각은 과연 내가! 내가 그랬다면 온갖 욕을 다 먹고 분위기는 거기보다 더 추워지고 그러겠지! 참 한심한 생각이네 하하하. 정말로 그럴지도.
스위스와 오늘의 별미! Fondue! 이것도 진짜 환상이다. Fondue는 숙성시킨 치즈에 화이트 와인을 같이 넣어 만든 요리인가 그랬을 듯 생각난다. 난 처음 와인맛인지를 몰랐다. 먹어보니 뭔가 맛있어서 뭐지? 하고 말하니 와인이라 하여 조금 당황했다. 근데 첫맛은 정말 맛있었던 것 같다. 기대를 아예 하지 않았기에, 오히려 기대하면 실망이 클 수도 있으니 매사에 기대는 적당히, 아니 조금 적게 하는게 득일것 같은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근데 돌이켜보면 난 왜 제자리인가. 왜 이렇게 한심한, 게으른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