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낭을 개고 아침을 준비하는데 익숙해진 대원들 덕에 오늘은 평소보다 30분 늦은 기상을 했습니다.
포근한 집에서의 방학을 즐기던 대원들이 낯선 환경에 벌써 잘 적응해내어 대장들 못지않게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 참 기특합니다.
취사대장님께서 이른 아침부터 만들어주신 시원한 콩나물국에 흰 쌀밥을 뚝딱 말아 먹고는 행군
을 준비합니다.
처음엔 꾹 참고 먹어치우던 밑반찬들을 맛있게 먹는 대원들이 부쩍 어른스러워 보입니다.
여느때와 같이 대장님들의 지도 아래 스트레칭을 하고 본격적인 행군을 시작하는데 날씨가 춥지 않고 적당합니다.
논두렁 사이사이 정겨운 시골길들을 따라가는 여유로운 행군에 아이들의 표정이 유난히 밝습니다.
그 사이 대원들은 경상북도 청도군에 들어섰습니다.
이 정표를 본 대원들은 두 눈이 휘둥그래지며 “대장님! 저희가 차도 안타고 걸어서 한 개의 도를 지나 온거에요?” 라고 묻습니다.
통 가까워지지 않던 서울이 내일이라도 도착할 듯 느껴진 대원들은 샘솟는 아드레날린에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오전 내내 부지런히 한참을 걸어간 대원들은 널찍한 팔각정에서 맛있는 점심을 먹었습니다.
어제 저녁 카레가 먹고 싶다는 한 대원의 말을 흘리듯 들으신 취사대장님께서 정말 카레를 준비해주셨습니다.
오랜만에 맛보는 향긋한 카레에 대원들은 밥뿐만 아니라 반찬들까지 모두 해치웠습니다.
점심을 든든히 먹은 아이들은 근처 석빙고와 청도 읍성으로 견학을 갔습니다.
점심 전까지 이어진 행군에 지칠만도 하지만 역사 속 건축물의 모습에 두눈을 반짝이는 대원들입니다.
기념 촬영을 마치고 다시 행군을 이어가야 할 때! 한적한 길을 벗어나 아스팔트 도로에 들어섰습니다.
앞으로 앞으로 가기만 하는 평이한 도로행군이
지루해질 때 쯤 눈앞에 커다란 고개가 나타났습니다.
바로 영남대로 종주 탐사의 필수 코스인 팔조령!
영남대로를 따라 한양에 과거 시험을 보러가던 옛 선비들이 도적들과 산짐승들의 습격에 두려워 떨며 넘어간 고개라고 합니다.
지금은 깔끔히 포장된 도로로, 오늘은 특별히 대장님과 대원들을 두 개의 팀으로 나누어 점수를 걸고 올랐습니다.
조장이 된 중,고등학생 대원들은 빨리 올라가 이기고 싶을법도 한데 초등학생 동생들을 살뜰히 챙기며 함께 오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끝도 없이 하늘로 하늘로 이어지는 팔조령 길의 끝에는 대구광역시가 있었습니다.
하루만에 두 개의 도시를 만난 아이들은 스스로도 대견한 듯 대형 이정표 앞에서 자랑스레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밖으로 나와 일몰마저 끝난 시간까지 열심히 서로를 위해 자신을 위해 걷고 또 걸었습니다.
너 나 할 것 없이 지친 몸을 이끌고 들어온 오늘의 숙영지는 팔조령의 정상이자 대구 광역시의 초입인 한 산장입니다.
어둑한 길들을 지나 따듯한 숙영지로 돌아온 대원들은 하루종일 자신들에게 일어난 크고 작은 일들을 일지에 빼곡히 적어냅니다.
훗날 이 일지를 봤을 때 일지를 위해 기억하고 기록한 1분 1초가 얼마나 소중할지 대원들은 알까요?
오늘의 저녁메뉴는 바삭한 돈까스에 아삭한 채소를 곁들인 돈까스 정식입니다.
점심에 이어 메뉴를 자신들의 입맛에 꼭 맞춰주신 취사대장님께 감사를 표하며 맛있는 저녁을 먹습니다.
며칠전만해도 어색했던 모든 일들을 너무나도 능숙하게 해내는 대원들은 순조로이 하루 일과를 마치고 마지막 밤에 있을 장기자랑을 연습합니다.
서로 이름도 모르던 대원들이 같은 연대라는, 한 팀이라는 이름 아래 장기자랑을 준비하며 돈독해져 갑니다.
대원들은 무의식 중 내년에, 어른이 된 후를 약속합니다.
그들은 국토대장정을 하며 예정에 없던 소중한 인연들을 더러 얻어가는게 아닐까요?
예쁜 대원들과 함께 행복한 하루 무사히 보냈습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이번 공동체 생활을 통해 힘들지만 용주에게는 정말 소중한 경험일 거야..
열심히 배우고 느끼고 집에 와서 엄마, 아빠에게 잘 들려 주렴..^^
이번 주 일요일에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