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하운아!
엄마 아빠는 지금 들어왔다.
하루 죙일 몽이 혼자서 집을 지켰구나.
와서 묵어 놓았던 줄을 풀어주니 좋아라 난리다.
상상이 가지?
몽이는 잘먹고 잘 싸고 잘 놀고 있다.
몽이 걱정은 당최 하지 말거라.
오늘은 오빠가 네게 남긴 글도 보았고, 탐험대에서 인터넷으로 띄워준 뉴스도 잘 보았다.
배에서 무사히 멀미들 하지 않고, 식사 잘했다니 한결 마음이 놓인다.
오늘은 일정 이틀째.
마라도는 어떻고, 제주섬은 어떻더냐?
이번 종단을 통해서 이 땅이 어떻게 생겼고,
이 땅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고,
이 땅에는 어떤 냄새가 배어 있으며,
이 땅 곳곳에는 한 생을 열심히 뜨겁게 먼저 살다간 사람들이 터뜨리고 간 웃음과 눈물과 희망과 꿈이 있는지 의미를 찾아 보거라.
20세기의 위대한 실천 철학자였던 싸르트르로부터
"우리 시대의 가장 완전한 인간(The most human being of our age)"이란 평가를 받았던
혁명가 체 게바라(Che Guevara)도 그의 조국 아르헨티나 여행과 남미 대륙 여행을 통해서 그처럼 훌륭한 분이 되었다.
바로 폭발적 인기를 얻었던 <모터싸이클 다이어리>가 젊은 날의 학생, 청년이었던 체 게바라의 라틴 여행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추위와 고통과 좌절과 나약함과 의타심과 싸워서 이기고 견뎌라.
젊은 날의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데, 머언 훗날 국토종단의 경험은 두고두고 네 삶에 소중한 자양분이 될 것이다.
하루 하루 일정을 마감하는 시간에, 탐험일지에 그날 그날 느낀 점, 본 것, 들은 것, 생각한 것 등등을 잘 기록해라.
나중에 집에 와서 <하운이의 국토종단 일지>를 만들어 보자꾸나.
친구들하고 빨리 친해지고, 서로 서로 격려하고, 힘을 받고 내일의 일정을 또 잘 소화해야지?
물론 지금은 잠에 골아 떨어졌을테지만, 좋은 꿈 꾸면서 행복한 꿈나라 여행도 하거라.
하운이를 사랑하는 엄마가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