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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새벽에 올린 8연대 단체 사진에서 네 모습이 보이지 않아 서운하고 당황했단다.
혹시 또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닌지?
엄마가 팔짱끼며 네 선택을 무작정 수용해야 될지? 오늘 아침 네가 빠진 8연대 사진을 보며 고민에 빠졌다.
괜한 기우겠지.설마...또 무슨 일이 있겠니? 그치.
부상으로 기범이 형아가 원주로 집으로 귀환한 게시판 글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그 곳에서 할일은 걷기라 걸을 일 말로고 할 일이 없어 아쉽지만 내년에 재도전을 기약하며 그 곳을 떠난 형아를 떠올렸다.
우리 아들 별일 없는 거지.
대원들 신나게 물놀이할 때 발목 깁스 때문에 차로 이동하며 편하게 있다가  갑자기 걷는 양이 많아지니까 힘에 부쳐  그늘에서 큰 대자로 뻗어 잠이 든 것 아닐까?
엄마보다 더 의젓하고 생각이 깊은 광진이의 얼굴이 보이지 않으니까 오만 상상을 다 하게 된다.
첫째도 믿음...둘째도 믿음...널 믿는다 해 놓고 말야.

오늘 날씨 장난이 아니게 덥겠다.
드디어 매미들이 요란스럽게 울어대기 시작했어.이른 아침부터 녀석들의 신호가 썩 반갑지 않구나.
시끄러운 울음 대신 시원한 바람이나 불어 줬음 좋으련만.

광진아,넌 아기 때부터 엄마를 행복하게 하고 걱정하게도 만드는 놀래키기  대장이었지.
옹알이를 하는가 싶더니 돌 무렵 눈 동그래지게  문장을 말하기가 무섭게 그 다음부터 압(밥),무(물) 갑자기 언어 퇴행현상을 보이는 것 같아 내심 안달을 했단다.
그랬던 네가 26개월이 되더니 갑자기 말문이 터지기 시작하는 거야.
더 놀라 웠던 사실은 엄마가 네게 책을 읽어 주는데 글자를 또박 또박 고사리같은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제법 글을 읽었단다.
엄마 아빠는 놀라서 까무라치는 줄 알았다.언어 구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널 걱정했던 이웃 엄마들이 네가 제법 많은 글을 터득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는 역으로 많이 부러워했단다.
겁이 많았던 넌 걸음도 15개월에 걷는 것과 동시에 달리지 않나,돌 무렵 말문이 터지는가 싶더니 입을 꼭 닫아 엄마 아빠 가슴을 숯덩이처럼 타들어 가게 했었지.
옆 집 여자아이는 17개월인데 얼마나 유창하게 말을 하는지 태연하게 기다리면 되겠죠? 말은 했지만 벙어리 냉가슴 앓던 몇 개월이 몇 십 년 같았던 시절이 있었단다.  
그런 네가 말문이 터짐과 동시에 글자를 읽었으니 엄마 아빠가 얼마가 기가 찼겠니?
그 후로 넌 간판과 동네 차량번호를 보고 글자와 숫자를 익혀 세돌이 되었을 때 부터 글을 쓰진 못했지만 혼자서 책을 읽었지.
언어 구사력과 한글 해독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그 후로도 수시로 깨닫게 해 줬는데 엄마 욕심이 널 힘들게 할 까 봐  공부 대신 밖으로 시선을 돌렸어.책에서 배우지 못하는 다양한 경험을 몸으로 직접 느끼며 체득하길 바랐다.
네가 자연과 맘껏 딩굴며 사람 냄새와 어우려저 그저 행복한 삶을 살길 원한 거야.

초등학교 4학년 봄까지 학습지 한 번 시키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너에 대한 엄마의 믿음이 강해서 그랬을 거야.공부 대신 엄마는 네 인성을 다독이며 개발할 수 있는 학원을 스스로 선택하게 하고 싶었거든.
그 선택을 스스로 하게 했지만  말야. 1학년 봄에 태권도와 피아노 학원을 견주며 고민하길레 맡겨 뒀더니 11월에 태권도를 가겠다 해서 두 말 않고 네 결정에 따랐어.
한 달 먼저 동생이 다닌 서예학원을 저도 가고 싶다고 하도 사정해서 2학년 11월에 서예학원도 다니게 되었지.4학년에 올라 가서는 다른 과목은 다 따라가겠는데 음악시간에 콩나물 대가리가 그리기 너무 힘들다며 피아노를 배우겠더니 4월부터 열심히 건반을 두드렸지.
일주일에 세 번,많게는 일주일에 네 번 학원을 가는 네 뒷모습을 보면서 엄마가 얼마나 대견하고 흡족했는지 몰라.  
영어...영어는 평생 써야 될 도구지.특별히 재밌거나 즐겁진 않겠지만 21세기엔 꼭 필요한 언어고 학문이란다.그러니까 급히 먹고 체하지 않게 천천히 쉬엄쉬엄 가자꾸나.

기억력 약한 엄마가 왜 이런 시시콜콜한 것 까지 기억하고 있냐고?
그 때 까지 실컷 돌아 다니고 책 읽는 일,펑펑 노는 것이 다였으니 네 학원 보낸 일이 엄마한테 가장 큰 사건이었거든.
그런에 요즘 네가 살짝 학원 다닐 때의 초심를 잃은 것 같아 괘씸하기도 해.
엄마가 그랬잖아.네가 원해서 간 학원이니까 뿌리를 뽑으라고...중도 탈락은 없다고 못을 쾅쾅 박았는데 군기가 살짝 빠진 울 아들 엄마 눈 요리 저리 피하며 학원 빼 먹고 게임보고,하는 것 들켜 혼나기도 했는데 이것도 네가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엄마가 글을 썼다하면 이렇게 하염없이 길어지네.울 아들 읽느라 지겨우면 안되는데 말야.      
그래서 오늘은 여기서 끝내고 내일 또 이어서 추억을 더듬으려고...기다하시라 두구두구두구~~~개봉박두~~~
엄마 큰 왕자님,더운 날 건강 잘 챙기고 8연대 대장님과 형아 누나들과 추억 많이 쌓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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