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 편지 전달식이 한 번 더 있을거란 말에 아들들에게 소식 전한다.
사랑하는 바울아,
사춘기 들어서서 너와 엄마아빠가 자주 신경전을 벌이고 너도 속상했던 때가 많았지.
학교공부를 어느 정도는 해야 나중에 네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 엄마는 마음이 많이 탔거든. 때로는 화도 내고 때로는 대화를 하기도 하고...
네가 초등학교 2학년 때 독일에서 한국우리 우리 가족이 이사를 왔잖아.
그 때 너는 한국말도 익숙하지가 않았고 학교 생활에 적응하기에 바빴기 때문에 엄마는 그저 네가 학교에서 친구들과 잘 지내는 것 만으로도 감사했거든.
생각나니? 금동초등학교에 다닐 때 친구들이 너를 부반장으로 뽑아 준 일? 엄마도 그 때 한국 생활에 적응하고 직장에 적응하느라 너희들이 건강하게 지내고 한국생활에 잘 적응해서 학교 잘 다니고 친구들과 잘 지내는 것 하나로도 감사했어. 그런데 막상 중학교에 들어오고 공부가 점점 중요해지는 시기가 되면서 너와 갈등이 시작된 것 같아.
그래서 엄마는 혼자 속으로 내가 좀 더 일찍 바울이 공부에 더 신경을 쓰고 했더라면 좋았을텐데...후회가 되고 자책감이 들어서 힘들었어. 또 공부에 관심이 많지 않고 게임에만 집착하는 것 같은 네가 원망스럽기도 하고.
하지만 바울아,
엄마가 진짜 원하는 것은 네가 너 답게 너의 인생을 사는 거야.
하나님이 너를 세상에 보내실 때 네게만 주신 특별한 사명이 있다고 엄마는 믿어.
그 일을 이루게 하기 위해 너에게만 주신 은사, 달란트가 있을 거야.
엄마는 네가 그것이 무엇인지 찾아서 그 일을 하길 바래.
단순히 돈 잘벌고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네가 의미와 보람을 가지고 잘 할 수 있는 일,
너는 동물을 좋아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거 같애. 자연친화지능이 높게 나왔다고 했잖아. 그리고
지금도 과목 중에서 생명과학을 가장 좋아하고.
현재는 그렇지만 이것은 또 바뀔 수도 있는 거겠지.
지금의 학교 공부는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기초가 되고 수단이 될 뿐이야.
하지만 지금은 네가 학생으로서 이 기초를 놓는 시기야. 목표가 중요하지만 수단이 없으면 목표에 도달하기가 힘들거든. 그래서 엄마는 마음이 초조해. 네가 지금 청소년기에 이 기초를 놓아야 하는데, 나중에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생겼는데 기초가 없어서 그 일을 못하게 될 까봐 걱정이 되는 거지.
아들,
아들을 생각하면 엄마에게는 좋은 추억들이 많아. 아들은 어릴 때부터 엄마에게는 무척 사랑스러운 아들이야.
그 옛날 독일에 살 때 비온 후에는 지렁이가 많았지. 유치원 다닐 때 지렁이를 손 한가득 잡아서 자랑스런 얼굴로 손을 펴서 손 안에서 꼬물거리는 지렁이를 보여주던 일, 제법 멀리 떨어져 사는 아는 집을 찾아가겠다고 수아를 데리고 혼자 찾아가서 엄마아빠를 놀라게 한 일, 수두를 앓으면서 열이 나는데도 아프다고 칭얼거리기는 커녕 엄마 나 지금 아픈거야? Mama bin ich krank?라고 사랑스럽게 물어보던 일 등... 지금은 사춘기라 시크하지만 (지금은 멋있고..)어릴 때는 정말 liebes Kind로 사랑스러웠지.
이런 많은 소중하고 아름다운 추억을 줘서 엄마를 행복하게 해 준 아들 고마워.
그리고 지금 사춘기의 시크한 아들의 모습도 엄마에게는 멋있어. 그리고 이렇게 건강하고 멋지게 커줘서 감사하고.
엄마는 하나님이 너를 특별하게 창조하셨다고 믿어. 너에게만 주신 특별한 재능이 있다는 것도. 엄마는 네가 그 재능을 찾고 꽃피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돕고 싶어.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너를 후원하고 밀어주는 것을 포기하지 않을 거야.
아들, 힘내서 잘 해 보자. 너의 청소년기는 이제 막 시작이야. 엄마 아빠가 옆에서 도와줄께. 네 꿈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들로 채워보자.
아들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