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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종단/영남대로
2009.01.15 22:51

090115_14 끝을 향한 발걸음

조회 수 2072 추천 수 0 댓글 10

끝을 향한 발걸음

벌써 국토종단의 14일째 날이 밝았습니다. 이제는 아이들도 아침에 일어나 침낭을 정리하는 것이 능숙합니다. 오늘은 날이 싸하게 춥지만 바람이 불지 않아 행군하기엔 괜찮은 날씨입니다. 첫 번째 쉬는 곳에 도착하자 아이들은 벌써 쉬냐는 표정입니다. 행군초기에는 대장들에게 ‘언제쉬어요?’라는 질문을 쉴새없이 하던 대원들이 그새 이렇게 잘 걷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행군을 하여 처음으로 들린 목적지는 ‘임충민공 충렬사’입니다. 임충민공은 학창시절 국어시간에 배웠던 ‘임경업전’으로도 유명한 임경업장군을 모신 곳입니다. 충렬사 앞에 쓰여진 안내문을 어린 대원 한명이 모든 대원들에게 큰 소리로 읽어줍니다. 대원들과 대장들은 낭랑한 대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충렬사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충렬사 안에는 임경업 장군과 관련된 여러 가지 유품을 전시해 놓은 전시관과 기념비, 임경업 장군의 영정을 모신 곳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전시관에는 임경업 장군의 생애에 관한 간략한 설명과 생전에 애용하였던 검, 교지 등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전시관에서 조금 위로 올라가면 정렬비와 어제달천충렬비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정렬비는 청나라에 붙잡혔을 때 자결을 한 임경업장군의 부인의 정절을, 어제달천충렬비는 임경업장군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석비입니다.

몇몇 대원들은 돌아가면서 임경업장군의 영정에 향을 피우고 경건하게 묵념을 합니다. 이곳에서 대대별로 단체사진을 찍은 후 사진대장님께서 아이들의 개별사진도 찍어주셨습니다. 아직도 카메라 앞에만 서면 어색한지 대원들의 포즈는 첫날부터 지금까지 어색한 차렷 자세입니다. 대장님들이 앞에서 이런저런 포즈를 가르쳐주어도 배시시 웃기만 할 뿐입니다.

햇빛이 따사로운 이곳에서 우리는 점심을 먹기로 하였습니다. 오늘의 점심배식은 대장단과 대원들의 역할을 바꾸어보았습니다. 점심 배식과 식기검사 등을 대원들이 하는 것입니다. 잘먹겠습니다! 라고 인사를 하지 않는 대장에게 배식을 중지하는 것도 대원들의 몫입니다.

아이들은 언제나 받기만 하던 입장에서 주는 입장으로 바뀌자 어색해하면서도 신나합니다. 평소 대원들에게 무섭게 대했던 대장단들은 대원들이 밥을 안줄까봐 난감해하는 모습이 재밌습니다.

대신 밥이나 반찬이 모자란다든가 하는 식사배식 실패가 일어날 경우에는 대원들의 저녁반찬이 소박해집니다. 배식을 맡은 대원들은 이 말에 모두들 긴장하여 조금씩만 퍼주려고 합니다. 여기저기서 더 달라는 대원과 나중에 더 받으라는 대원의 귀여운 실랑이가 일어납니다.

점심으로 나온 장조림은 인기절정입니다. 아이들은 장조림 국물에 밥까지 비벼먹으며 맛있게 먹습니다. 대원들이 처음 시도한 배식은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남는 밥과 반찬 없이 모든 배식그릇들이 깨끗하게 비워졌습니다. 배식을 담당했던 대원들은 성공적인 배식에 뿌듯해 했습니다.

점심식사를 마친 우리들은 행군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이제 걸어가는 동안 보이는 이정표에 ‘서울’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대원들은 서울이란 단어가 보이자 마치 서울에 도착한 듯 너무나 좋아합니다.

이제 대원들은 1시간이면 5km를 거뜬하게 걷습니다. 평균적으로 1시간 정도 걷고 휴식을 하는 방식으로 행군이 진행됩니다. 행군을 잘 해주는 대원들을 위해 특별한 간식이 준비되었습니다. 바로 찬바람이 싸늘하게 두 뺨을 스치면 생각나는(!) 따끈한 호빵입니다. 취사팀이 아이들을 위해 갓 찌어낸 호빵이 대원들에게 재빨리 배달됩니다.

아이들은 호빵 하나에 너무나 좋아합니다. 한 사람당 하나씩 돌아간 호빵은 대원들에게는 큰 아쉬움을 남긴 채 뱃속으로 사라져버렸습니다. 달콤하고 따뜻한 호빵으로 허기를 간단히 채운 아이들은 맛있는 저녁이 기다리고 있는 숙영지로 발검음을 재촉합니다.

숙영지에 도착한 우리들은 간단히 세면과 세족을 하고 따뜻한 국으로 몸을 녹였습니다. 날이 갈수록 대원들이 밥을 더 먹는 그릇 수가 증가합니다. 한 그릇 다 먹기도 힘들어하던 대원들이 어느새 두 그릇, 세 그릇씩 헤치웁니다.

저녁으로 따뜻하게 배를 채운 대원들은 재빨리 침낭을 펴고 잠 잘 채비를 합니다. 처음과 달라진 모습이 비단 줄어든 편식습관만은 아닙니다. 대원들은 행군의 끝이 보이는 시점에서 더 건강한 체력, 더 밝은 웃음, 힘듦을 이겨내는 인내와 함께라는 우리정신을 가져갑니다. 마지막 행군날까지 아프지 말고 건강히 함께할 수 있는 작은영웅들이 되길 바랍니다.

이상 인터넷일지에 안하영대장이었습니다^^

* 1월 15일 탐험동영상 올렸습니다.
  • ?
    한우영 2009.01.15 23:02
    벌써 14일째라니...시간이 정말 빠르다는 생각이 드네요
    겨울 행사에는 정말 재밌는 프로그램이 많은 것 같네요 ㅋ
    특히 대원들이 배식 해주는 밥을 먹는 기분은....??ㅎㅎ
    내일부터는 날씨가 좀 풀린다고 하네요. 더 힘내시고 화이팅 하세요^^
  • ?
    안재홍 2009.01.15 23:06
    일지 대장님, 전화 대장님, 동영상 대장님...너무 고맙습니다.
    눈에 보는 듯 이렇게 잘 써주시고 아이들 얼굴과 목소리를 잡아주셔서 집에서는 마음편히 있게 됩니다.
    남은 하루하루도 잘 부탁 드립니다.
    화이팅!!
  • ?
    찬희 2009.01.16 00:56
    충주를 지나 생극으로 들어섰겠네 처음엔 어찌 지내나 했는데 어느덧 종착지가 가까워 지나보다
    찬희가 꿋꿋하게 잘견뎌주니 아빠도 마음이 든든하구나
    찬희야 많이 춥지 탐험시작하면서 연일되는 추위에 걱정이야
    그래서 찬희 생각하는 마음으로 아빠도 출근하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근한단다
    그리고 지난 일요일엔 엄마랑 오늘은 아빠 혼자 관악산에 다녀왔는데 날이 추워서인지 산에 오르는 사람들이 없어
    추위에 마라도에서 오늘은 생극 내일은 용인으로 이동하겠지 멋진 찬희 힘내고 사랑한다
  • ?
    이언지 2009.01.16 01:17
    와~오늘도 맛난 음식들과 함께 했군요,,ㅎㅎㅎ
    대장님들과 대원들과 역활바꿈 배식,,,재밌겠어요>_<ㅎㅎ
    모진 추위를 견뎌 해쳐나가길 바래요,,ㅎㅎ
    화이팅입니다~!!
  • ?
    최보승 2009.01.16 02:16
    호빵 한 개의 만족. 아이들이 즐거웠겠군요. 찬바람에 얼어버린 두 뺨으로 호~호~ 불어먹는 호빵의 맛, 잊지못할 겁니다.좋은 추억거리가 하나 더 생겨 더욱 풍성한 국토종주가 되었네요. 아이들의 환호 소리가 들려오는 듯 합니다.
    대장님들, 마지막까지 수고해 주시구요, 또한 우리의 작은 영웅들에게도 '화이팅'을 전합니다.
  • ?
    우영준 2009.01.16 09:02
    영준아~
    무사히 최선을 다해 주었구나...
    너무 장하고도 또 장하다!
    이제 어떤 어려움도 거뜬히 헤쳐 나가는 씩씩한
    사나이가 되었겠지....
    오늘 아빠가 서울 올라간다.
    일요일 12시 경복궁에서 아들을 기다리고 계신단다.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자~
    먹고 싶은 거 메시지 넣어 주면
    엄마가 솜씨 함 부려볼께~~
    사랑해! 영준아~
  • ?
    김진우 맘 2009.01.16 09:25
    안하영 대장님~
    매일매일 올려주신 글을 읽고
    현장을 떠올려 봅니나
    작은 표현 하나에도 가슴이
    따뜻하게 전해오는 느낌!!
    넘 감사 드려요^^
    글을 통해 늘 아이들을 대하듯
    찬찬히 다읽어 봅니다
    함께다니시면서 피곤하실 덴데
    늘 새롭고 정겹슴니다
    이제 정말 얼마남지 않았는데요
    마지막 까지 감동이 있는 메세지 잘 부탁 함다
    7대대 김진우를 포함한 모든 대원들
    아자아자 파이팅!!
  • ?
    김동언 2009.01.16 11:06
    차를 타고 달리면 길어도 6시간이면 오는 부산에서 서울 거리를 10여일에 걸쳐서 걸어오는 아이들이 참 장하게 여겨집니다. 빠른 것만리 미덕이 아니라 느리게 , 천천히 가는 것의 소중함. 그래서 평소에 보지 못했던 주변 풍경도 마음껏 볼 수 있기를 바라며...일지에 매일 대원들의 모습을 상세하게 적어주시는 안하영 대장님, 아이들을 이끌고 총지휘하시는 송경호 대장님, 그 외 모든 대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
    김종현맘 2009.01.16 11:50
    '서울'이정표.. 얼마나 반가웠을까요.. 이젠 날씨도 풀리고 한결 발걸음이 가벼울거 같아요.. 대장단들의 봉사도 잊지못할 추억이 되겠네요.. 뉴스나 신문엔 연일 어두운 사회의 일면들이 보이지만 이곳에 오면 우리의 미래는 밝은거 같아요.. 대장님들 대원들 모두모두 훌륭합니다~~!!! 화.이.팅.!!
  • ?
    강민 맘 2009.01.16 12:13
    아이들을 보낼때 맘 다른 부모님들도 다 같았으리라 생각됩니다 .
    첨에는 걱정으로 시작했지만 하루 하루 전화사서함을 통해서나 아이들 목소리 ,동영상, 탐험소식들을 접하면서 정말 아이들 소식이 반갑고 또 안심할 수 있었어요. 대장님들도 다 부모같은 맘으로 아이들을 보살핀 덕분인거 같네요..그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 전하고 싶습니다.. 이제 남은 이틀 지금까지 해온대로 힘내서 화이팅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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