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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7.27 22:31

Go Go 권태형!

조회 수 460 댓글 0
태형! 아빠다.
어디까지 갔니? 오늘 무척 더웠는데 버틸만했니? 소나기라도 내려줬으면 싶다. 내일은 소나기가 온다고 하더라. 기대해라.
방학하기 전에 어떤 캠프든지 하나 가라고 아빠가 말했을 때 너는 절대 안가겠다고 했었지.
그런데 어느날 국토종단 행진하겠다고 했을 때 아빠는 너무 기뻤다. 속으로는 웬일? 하면서 걱정도 했지. 허지만 이런 기회가 어디 자주 있을까 하고 혹시나 네가 마음 변하면 어쩌나 했었지.
혹시 지금 후회하고 있는 것은 아니니? 하지만 사람은 한번 마음먹은 일은 끝까지 해내야 하는 거야. 힘들다고 중간에서 포기하면 사나이가 아니지.
이런 말 아니? 가다가 중단하면 아니간만 못하느니라.
어떤 사람은 농담으로, '가다가 중단하면 간 만큼 이익이다'라고 말하지. 그러나 그것은 패배자의 자기변명일 뿐이다. 끝까지 가는 거야. 힘들면 쉬어가면서...
너 이런 노래 알지. 사노라면 언젠가는 좋은 날도 오겠지... 그래 힘들게 걸어봐야 쉬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알 수 있는 법이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고진감래)도 있잖아.
사실 우리는 온 유럽을 돌아다녔으면서 정작 우리 나라 땅은 별로 많이 못다녔지. 사람은 자기 조국을 많이 돌아다녀봐야 그 만큼 자기 나라를 사랑하게 되는 법이다.
너는 지금 정말 좋은 경험을 하고 있는 거다. 그런 점에서, 아빠는 지금 네가 부럽다.
네가 태선이 하고 함께 가겠다고 한 것도 정말 마음에 들어. 태선이는 너보다 어리지만 경험자니까 네가 도움을 받아야 할게 많을꺼다. 힘들 때는 서로 돕고 위로해주면 형제간의 우애도 더욱 진해지겠지. 태선이 한테 큰아버지가 힘내라고 하더라고 전해줘라.
태형! 태선! 2주일 후 몸도 마음도 훌쩍 자란 너희들을 보고 싶다. 화이팅.

여기부턴 엄마가 쓴다
태형아~ 또 엄마다!!
ㅎㅎ 우습지 않냐? 이 아들넘 하나 보내놓구서
엄마 아빠가 번갈아 탐험연맹 게시판 들락거리면서
혹시나 이넘이 보낸 엽서 내용이라두 올라왔을까..
왕궁금해하는 거.. 너는 아냐? 아빠 엄마의 넘치는 사랑을.....
애구.. 아들넘이 뭔지.. 니두 나중에 애비가 되면 알거다.

너랑 함께 떠난 아이들이 쓴 엽서 내용이 탐험연맹
게시판에 "부모님께" 란 제목을 달구 차곡차곡 올라오고 있거든.
오늘 오전에 눈 빠지게 찾아보니, 역쉬.. 울 아들 넘 이름은 보이지 않는구나!!
네 이름 좀 읽게 해다오~ 플리즈!!

오늘은 토요일이구, 니가 행군을 시작한지 이틀째구나.
어디까지 갔는지.. 어떤 걸 느꼈구.. 또 어떤 걸 보았는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얼마나 많은 친구를 사귀었는지..
이틀째니까 요령도 좀 생겼겠지?

오늘 서울은 찜통이다. 오늘이 올 여름중
최고 더운 날씨라는데.. 하필이면 이때.. 울 아들이
그렇게 많이 걸어야 하다니.. 하늘 처다보면서
잠시 원망했었지. 앞으로도 한동안 불볕더위라는데 ㅠ.ㅠ
한편으론, 이 녀석 엄청 고생하겠지..
고생 많이 하면 할수록 철이 두둑하게 들어서 오겠지.. 하면서
회심의 미소도 지어보았지^^

잘 지내구~~ 힘내라 울 아들~~~ 태선이에게도 화이팅 전해주고..
또 쓸께!! 모기 단속 잘하구 자라~~

목동에서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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