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아, 금방 네 목소리를 들었다. 고맙다. 그나마 걱정스러웠던 힘없는 목소리가 아니라서. 약간 웃음 섞인 나즈막한 소리였지만 엄마는 만족한다. 반가웠다. 얼마나 오랜만에 산이 목소리를 들어보니. 산아, 괜찮다니 다행이다. 말이라도 그렇게 해주어서 얼마나 엄마 마음이 놓이는지 몰라. 고맙다,산아. 이제 엄마 마음이 놓인다. 며칠 남지 않은 마지막 행군까지 최선을 다하여라. 그리고 최선을 다하여 즐겁게 신나게 지내거라. 언제나, 어디에서나 그 자리에서 함께 하는 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내거라. 산아, 반갑다. 고맙다. 쑥스럽게 말한 산이 목소리가 역시 우리 산이 답구나. 어린 나이에 너무 큰 것을 요구한 엄마아빠 욕심에 우리 산이가 힘들어도 꾹 참고 해 내고 있다니 자랑스럽다. 이제 경복궁에서 어떤 만남으로 재회를 할까 아름다운 고민만 남은 듯 하구나.오늘 제주도 배를 탄다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이제 사치스러운 휴식이 시작되는걸까.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 일은 더이상 없었으면 싶다. 제주도 배안에서 푹 쉬고 제주도에 내리면 마음껏 구경하고 이제껏 지내왔던 그런 고되고 찌든 모습에서 벗어나 즐겁게 행복하게 형들이랑 친구들이랑 장난도 치면서 여유롭게 여행하거라. 캠프 온 아이들처럼 말이야. 조금 전에 할아버지 댁에 아빠랑 가서 점심을 먹고 왔단다. 할아버지께 산이가 쓴 엽서를 보여 드렸단다. 할아버지께서 산이가 글도 잘 쓰는구나. 대단하다, 대견스럽다고 자랑스러워 하셨다. 그리고 서울 둘째 외삼촌한테서도 전화가 와서 산이가 어디쯤 와 있는지 궁금해 하셨다. 모두가 다 관심이 누나보다도 산이에게 집중되어 있단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꾹 참고 최선을 다하여 아름다운 마무리를 이루어야겠지. 그리고 산아, 재혁이 글도 받아 보았니? 재혁이에게도 엽서를 띄워 봐. 재혁이도 무척 기뻐할거야. 재혁이가 너의 엽서를 기다리고 있는 듯 하구나. 재혁이도 너가 하루빨리 돌아오기를 누구보다 더 기다리고 있을거야.우리 산이 옆에 재혁이라는 좋은 친구가 있어 엄마는 무척 기쁘다. 산아, 잠시 휴식을 취할 때 엽서 한 장 꺼내어 아름다운 친구, 때묻지 않은 아름다운 우정을 간직한 재혁이에게 글을 띄워 보렴. 라이언 일병 영화처럼 긴 행군 끝에 무너진 ,부서진 벽에 아무렇게나 기대어 앉아서 편지 쓰는 모습이 생각되어진다. 산아, 이번 행군으로 다시는 이런 탐험에 참가하지 않으려고 마음 먹은 건 아니겠지. 다음에는 재혁이와 함께 참가해야지. 머나먼 긴 여정도 이제 끝이 보이는 듯하다.어제 받아 본 엽서, 오늘 드디어 들린 산이 목소리. 누나는 어떻게 지내는지 아무런 연락이 없다. 아빠는 전화도 없는 누나가 너무 신기하다고 그러신다. 아빠 생각에는 누나가 하루에도 수십번씩 전화해서 이러쿵저러쿵 애기할 줄 알았는데. 돌아오면 산이처럼 얘기 보따리가 쏟아지겠지. 모두가 예전보다 더 좋아져서 고생한 보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산아, 오늘이 며칠째야? 혹 엄마 얼굴 잊어버린거 아닐까. 우리 산이는 모습이 많이 달라졌을거야. 살도 빠졌고 얼굴도 몰라보게 까맣게 탔을거고 키도 컸을거고 . 경복궁에서 낯선 아이가 엄마 품에 안기면 어쩌나. 산아, 기쁘다. 경복궁에 마중 나갈 생각에 엄마가 이렇게 기분이 들뜨다니. 산이도 경복궁에서의 만남을 기대하고 있겠지. 산아, 기대하자. 기대하면서 기다리자. 기대하면서 기다리면서 고생하자.값진 것이니까.사랑하는 산이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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