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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로종주
2005.11.30 11:58

5일재(1.18)

조회 수 2305 댓글 0
 갈림길  
어머님, 아버님들 오늘도 안녕하신 지요. 오늘도 역시 아이들은 걸었습니다. 아이들이 걸어오는 길이 어디쯤인지, 언제나 우리 아이들의 얼굴을 볼 수 있는지 날짜를 세어가며 눈에 밟히는 아이들을 생각하고 계시겠지요. 오늘은 대구 위에 있는 칠곡군에서 출발하여 구미에 도착했습니다. 가는 중간에 가산에 있는 전적 기념관에 들렸습니다. 6.25 전쟁 초반 다부동전투에서 목숨을 걸어 궁지에 처한 나라를 구해낸 순국선열들의 고귀한 영혼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지요. 전시관은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전시된 무기들과 당시의 전쟁상황. 목숨을 걸고 찍은 전쟁사진, 무명용사의 유물들...... 전쟁의 흔적을 보면서 아이들은 많은 것을 느꼈답니다. 전쟁의 아픔과 죽어간 사람들의 아픔, 그리고 남겨진 사람의 슬픔. 짧은 시간 동안 둘러보았지만, 들어가기 전과 들어온 후의 아이들의 표정은 달랐습니다. 그 장소, 그 시간에 공교롭게도, 작은 싸움이 있었습니다. 아이들끼리 주먹이 오가는 것이 무슨 큰 대수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아이들은 싸우면서 큰다고 하지요.) 그것은 커다란 사건이었습니다. 6.25 전쟁이 가장 아프고, 슬픈 이유는 같은 동족의 가슴에 총을 겨누어야만 했다는 것이겠지요. 우리 아이들은 함께 영남대로를 걷는 동안은 한 가족이고, 형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끼리의 싸움은 동족끼리 싸우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6.25전쟁과 비교를 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겠지요. 하지만 생각이 다르고, 예민해진 상태에서, 쉽게 짜증을 낸다고 하더라도 별 문제없이 지낼 수도 있지요. 불가능 한 것일까요? 서로 이끌어주고, 밀어주면서 함께 의지한다면 가능한 일이지요. 그 녀석들은 대장이 가만히 놔두었을까요? 당연히 온 몸의 기름기가 쭈욱 빠지도록 굴려주었지요.  가장 큰 죄목은 폭력 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이 아니고, 골육상잔의 비극을 야기한 죄. 녀석들이 구르면서 '우리는 친구다.'라는 말을 계속 하도록 했지요. 사소한 싸움일지도 모르지만 그것이 6.25 전쟁처럼 골 깊은 상처와 분노, 슬픔을 낳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어쩌면 과잉해석일지도 모르겠지만, 아이들이 이 걸음을 모두 다 걸을 때까지, 웃으면서 서로를 생각해주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아주 혹독하게 굴려주었지요.(그렇다고 온 몸의 기름기는 빠지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싸우고, 굴렀다는 이야기가 조금 우울하고 가슴이 아프겠지요. 하지만 아름다운 일도 있답니다. 항상 쳐지는 녀석을 데리고 가면서 본대는 점점 멀어지고, 나중에는 길이 엇갈리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일단은 구미로 향한 길을 걸으며 본대와 계속적인 교신이 오가는 가운데 한 1시간 정도 지났나요? 옆에 있는 큰 길에 본대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본대도 우리를 발견하고, 아이들은 목소리를 높여 외쳤습니다. '00아 힘내라!' 계속되는 아이들의 응원.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가슴 한 구석에 뭉클한 것이 솟구치더군요. 행군은 계속되고, 녀석은 계속 쳐지고, 본대는 진행을 제대로 못하는 가운데, 아이들은 녀석을 욕하거나, 원망하지 않더군요. 오히려 아이들이 녀석을 부축해가며 걸었습니다.

구미에 도착하고, 짐을 정리하는 가운데 대장 한 명이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이 힘든 여행을 하면서 무엇을 배웠니?' 아이들의 대답은 여러 가지였습니다. '집과 가족의 소중함, 물의 귀중함, 자연의 소중함, 사람들의 고마움, 삶의 소중함 등등......' 저희들이 생각한 것 보다 아이들은 많은 것들을 느끼고 배웠더군요. 앞으로도 아이들은 무엇을 더 배우고, 더 깊이 생각할 까요?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들은 한발한발 걸을수록, 조금씩 커간답니다.

오늘은 분열과 화합의 갈림길에서 고민한 하루였습니다. 아이들끼리 싸운 한편,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그 갈림길에서 어디를 선택하고, 걷고 있는 것일까요?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이 어떻게 자라고 있느냐에 따라 그 길이 어디인지 알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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