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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8.13 13:12

원철아!

조회 수 183 댓글 0
사랑하는 내 아들!
아침 일찍 자전거 타고 오면서,
고층 아파트 사이로 태양빛에 붉게 물든 하늘을 보니
기분이 좋더구나.
어제는 원웅이 형에게 이메일 보내, 너 소식 전했다.
형이 편지 보냈는데, 꼭 읽어 보아라.
처음엔 16박 17일이래서 엄청 길게 느꼈었는데,
벌써 다 지나가고 3일 후면 얼굴 볼 수 있다니,
시간 한번 빨리 지나가는구나.
세월이 유수같다는 옛말이 몸으로 느껴진다.
내게도 엄마 젖을 빨던 시절에서부터
철없고, 순진무구한 시골 국민학생 때도 있었고,
혼란스러웠지만, 꿈도 많았던 청소년기도 분명 거쳤고,
불과 몇년 전에는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하루하루를 이어 나갔었는데,
그렇게 점점이 이어진 세월이 어느새
40년을 훌쩍 넘어, 이제는
예순, 일흔,여든 살이 되었을 때를 생각하는 내가 되었구나.
돌이켜 보면, 엄마가 아프기 전까지의 삶은
그저 그런, 좋은게 좋은 거라는 식의 그런 삶이었다.
그래서 특별히 기억나는 것도, 특별히 자랑하고픈 것도
없는 그런 삶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엄마가 아프고 난 후부터의 삶은
많은 변화가 일어나는 계기가 되었다.
너가 봐왔듯이, 처절하리만치 열심히 산,
엄마의 인생에서 가장 마음에 든 삶이었다.
언젠가는 가장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고픈 부분이기도 하다.
우리네 인생은 생각만큼 그렇게 길지가 않더라.
하잘것 없는 것, 너가 살아가는데 도움이 안되는 것들에
시간 낭비하지말고,
목표를 세워,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간다면,
너도 엄마 나이가 되어, 너의 삶을 뒤돌아볼 때
처절하게 열심히 산 그 시간들이
가장 기억에 남고, 또 가장 자랑스러울거다.
7월 31일, 네가 인천항을 떠날 때
제주도에서 부터, 걸어서 서울 경복궁까지 오겠다는
목표를 세워 떠났고, 이제 3일 후면 그 목표는 달성된다,
걷는 중간중간에, 얼마나 힘들었니?
얼마나 목이 탔으며, 뜨거운 아스팔트 길은 또 얼마나 힘들었니?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는 길에 다리 근육은 굳어져 버릴것만
같았겠지?
순간순간 포기 하고싶은 자신을 수없이도 다잡을테지......
그렇게 하루 하루를 보내고 나니,
벌써 3일 후면 경복궁.
목표 달성하고 나서, 16박17일을 되돌아 보면
여태껏 네가 살아온 시간 중에서
가장 보람되고, 가장 자랑스럽고, 가장 멋지고, 가장 자신감을 갖게 된
시간이었씀을 알게 될거다.
여행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 왔을 때,
그때의 그 정신 잊지 말고,
게임하고 싶은 달콤한 유혹도 단호하게 뿌리칠 수 있는,
공부 하기 싫은 마음도 냉정하게 쫓아낼 수 있는,
그런 강한 원철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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