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님 있잖아요.. 이젠.. 엄마, 아빠가 보고 싶어요...”
오늘 아침은 아우라지의 강물소리가 우리 아이들을 깨웠습니다. 평소보다 출발시간이 늦게 예정되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대원들은 일찍 기상해 미리 출발 준비를 마쳤습니다. 집에선 늦잠자고 지각을 하던 아이들이 보여준 또 다른 변화의 모습입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행군이 이어졌습니다. 오늘의 코스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강원도 정선으로 차가 많이 지나다니기 때문에 단체 행군이 결정되었습니다. 4명의 기수를 앞세워 힘차게 행군이 시작되었습니다. 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이젠 걷는 것은 크게 힘들지 않다고 말합니다. 심지어 몇몇 대원은 1시간에 한번 씩 쉴 때 마다 왜 벌써 쉬냐며 빨리 가고 싶다고 말합니다. 지속적인 행군 속에서 지칠 법도 한데 대원들은 하룻밤만 지나면 다시 기운이 넘쳐나 일정을 소화해냅니다.
오늘은 날씨가 따라주지 못했습니다. 주위가 산으로 둘러싸여 구름이 산에 걸려있는 모습이 절경이었지만, 점심을 먹은 후엔 비가 쏟아져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비가 쏟아져도 우리 아이들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대원들은 우의를 입고 앞으로 계속해서 나아갔습니다. 그렇게 오늘은 24.9km를 걸었습니다.
오늘 역시 숙영지는 야외입니다. 원래 예정대로였다면 공설운동장이란 곳에서 텐트를 치고 자야하지만, 비가 내려 텐트를 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도 대원들과 대장님들 모두 들어 갈수 있는 구룡대에서 지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늘 일정의 하이라이트는 부모님 편지전달식이었습니다. 총대장님께서 대원들에게 부모님들께서 얼마나 아이들을 걱정하고 사랑하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시자 울먹이는 대원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부모님 편지를 전달 받자 가슴에 꼭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는 대원도 있었습니다. 첫 날엔 부모님이 안보고 싶으냐 물어보면 “별로 안보고 싶어요.”, “오히려 좋아요”라던 아이들이 6일 사이 매일매일 부모님을 그리며 일지를 쓰고, 부모님의 편지를 읽으며 눈물을 흘리고, 이젠 부모님의 사랑을 조금이나마 알겠다며 반드시 효도하겠다는 대원도 있었습니다. 부디 이 다짐들이 집에 돌아가서도 지속적으로 남아 행사에 오기 이전과는 다른 모습의 아이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대장단이 준비한 선물을 부모님의 편지뿐이 아니었습니다. 식단에 항상 집에선 잘 먹지 않는 마늘쫑이나 무말랭이, 장아찌 등이 나오다보니 아이들은 항상 스파게티, 피자, 치킨 같은 음식에 목말라 있습니다. 그래서 취사대장님께서 준비해주신 야심작 크림스파게티가 바로 오늘의 저녁 메인 메뉴입니다. 스파게티란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은 안 씻어도 좋으니 제발 많이만 달라며 그 어느 때보다 활기찬 저녁시간을 보냈습니다.
오늘은 대원들이 저에게도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는 하루였습니다. 편지를 받은 아이들이 부모님을 그리워하고, 감사해하는 모습에서 소소한 감동을 느꼈습니다. 특히 감정 표현을 잘 안할 시기인 남자 중학생들이 억지로 눈물을 참으며 몰래몰래 편지를 읽고 또 읽는 모습은 저 마저 부모님을 생각나게 했습니다.
내일은 원래 레프팅이 예정되어 있는 날입니다. 비가 와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많은 대원들이 기대하고 있는 만큼 부디 즐겁게 레프팅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비는 주르륵 내리고, 부모님이 생각나는 밤입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31차 한강종주 일지대장 염태환이었습니다.
이제 알았나? 아빠도 엄마도 언제나 너 편이고...
자꾸 그럼 장가 안보낸다.
씩씩하게.. 꿋꿋하게.. 남자답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