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레크레이션을 즐기다가 두시가 되서야 잠이든 대원들은 새벽 5시의 기상 소리에 좀처럼 일어나지 못합니다. 국토대장정 마지막 날이라 분위기가 약간은 헤이해져 있기도 하지만 어제 늦게까지 논 탓이 더 큰 것 같네요. 가방을 매고 숙영지 마당으로 나오는 몇몇 대원들의 손에는 과자가 한 봉지씩 들려있습니다. 장기자랑 1,2,3등을 한 연대원들이 먹고도 남을 만큼의 간식을 받았다고 자랑이라도 하는 듯합니다.
간단히 아침을 먹고 용산으로 가는 급행 지하철을 타기 위해 양평역으로 갔습니다. 인원수가 너무 많은지라 단체로 표를 끊고 역에서 출발 대기하고 있던 지하철에 탔습니다. 양평에서 출발하는 지하철이라 그런지 지하철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없어서 거의 모든 대원들이 자리에 앉아서 갈 수 있었습니다. 잠을 많이 못 잔 대원들이 혹여나 서서가게 되면 너무 피곤할까봐 걱정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자리에 앉을 수 있어서 대원들은 한시간 동안 부족한 잠을 보충했습니다. 쪽잠이라도 자고나니 피곤했던 대원들의 얼굴이 한층 밝아졌습니다.ㅎㅎ
용산역에 도착해서 이전에 걷어들였던 귀중품과 대원들이 쓴 편지를 다시 나눠주며 잠깐 쉬고 해단식을 하러 여의도로 출발했습니다. 드디어 국토대장정이 끝나고 부모님도 다시 보고 맛있는 것도 먹을 수 있다는 설렘 때문인지 대원들의 발걸음이 힘차네요. 해단식을 축하라도 해주듯 한강의 시원한 바람이 힘찬 발걸음을 더욱 재촉하게 해줍니다. 용산역부터 한시간을 걸어 해단식 장소에 거의 다 도착해가는데 대원들의 부모님들이 한두분씩 보이기 시작하네요. 차를 타고 지나가며 아들딸의 이름을 부르는 부모님도 계셨고, 아들딸이 자랑스러워 목이 메어 눈물을 비치시는 부모님도 계셨습니다. 그런 부모님을 바라보니 대장단들의 마음도 찡해지면서 새삼스레 대원들이 더욱 자랑스러워집니다.
해단식 장소에 도착하니 많은 부모님들의 한 손에는 찬 음료를 다른 한 손에는 종주를 축하하는 기념 플랜카드가 들려있었습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아들딸에게 시원한 음료를 전해주고 싶어하지만 해단식이 끝나기 전에 음료를 전하게 되면 계속해서 해단식 시간이 지연되기 때문에 대장단이 음료를 전하려는 부모님들을 제지하였습니다. 이런 것들이 잘 통제된 덕분에 해단식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거의 삼십분만에 끝이 났습니다. 해단식이 끝나고 대원들은 대장님들을 찾아 사진을 찍고 번호도 물어보고 꽃다발을 주기도 했습니다. 12박 13일이 힘들긴 했어도 힘든 만큼 정이 많이 들어 계속해서 연락을 하고 싶은 건 대원이나 대장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네요.
해단식이 다 끝나고 대원들이 부모님들과 떠나고 나니 대장단만 남았습니다. 13일 동안 105명의 대원들과 하루종일 있다가 대장단만 달랑 남게 되니 어딘가 허전하게 느껴지네요. 국토대장정이 끝난게 시원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동안 대원들에게 못 해준 것, 힘들게 한 것이 생각나면서 미안한 마음도 같이 듭니다. 그래도 대장들이 다 똑같이 하는 생각은 한강종주탐사에서 비록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13일의 여행이 대원들에게 즐거운 추억으로 남았으면 하는 점입니다. 그리고 좋은 추억을 지니고 다음번의 만남을 기약해봅니다.
105명의 대원들! 13일 동안 잘 걸어주느라 수고했고 집에 가서 부모님이랑 맛있는 것도 먹고 푹 쉬길! 그리고 부모님들께는 13일 동안 저희 대장단들을 믿어주고 대원들을 맡긴 것에 대해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이 일지를 마지막으로 이상 일지대장 강희경, 카메라대장 김도완 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