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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내리실 곳은 교토, 교토역입니다.’
평소와는 조금 다른 알람소리로 잠에서 깼습니다. 어제 도쿄에서 탄 야간버스가 교토에 도착했기 때문입니다. 역에서 내리니 교토역 뒤로 교토타워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도쿄와는 또다른 모습에 잠에서 금방 깨버립니다. 처음으로 찾아간 곳은 ‘히가시혼간지’ 교토역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어 걸어서도 쉽게 찾아갈수 있었습니다. 히가시혼간지는 교토 시내에서 가장 큰 목조 건물로써 정토신앙의 본산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특히나 그곳에서 게즈나라고 하는 밧줄을 보았는데 이것은 여성신도들의 머리카락으로 만들어진 밧줄이었습니다. 화재로 전소된 히가시혼간지를 1879년에 재건하던 중 밧줄이 계속 끊어지자 강한 밧줄을 만들기 위해서 삼마와 머리카락을 엮어서 만든 것이었습니다. 대단하긴 하지만 무서운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요.

  그렇게 히가시혼간지를 둘러보고 우리는 금각사로 향했습니다. 원래는 아시카가 요시미쓰의 별장이었으나 그가 죽고 난 뒤 사찰로 바뀌게 된 이곳은 기타야마 문화를 상징하는 곳으로써 사찰이 금으로 칠해져있는 곳이었습니다. 물에 반영된 사찰의 아름다운 모습은 무로마치시대로 우리를 돌려놓은 것만 같았습니다. 작지만 화려하고 그렇다고 해서 사치스럽지 않은 일본문화를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금각사를 뒤로하고 찾아간 곳은 도시샤 대학이었습니다. 도시샤를 찾은 이유는 일본 대학생들의 모습을 보기 위한 것 도 일본의 대학을 보기 위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바로 도시샤 대학에서 영문과에 재학 중 사상범으로 체포되어 감옥에서 숨을 거둔 우리나라의 시인 윤동주님의 발자취를 찾기 위해서였습니다. 윤동주님의 시비 앞에서 우리도 그처럼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살아가기를 다짐해 봅니다. 윤동주 님의 숨결을 간직하며 도시샤 대학에서 나와 근처 나카우 식당에서 일본의 또 다른 음식인 소바를 먹었습니다. 무더운 날씨여서 그런지 본고장에서 먹는 음식이여서 그런지 너무도 맛있게 소바를 먹고 청수사로 향했습니다. 청수사는 나라에서 온 승려 엔친이 세운 사찰로 ‘성스러운 물’로 유명한 곳입니다. 위에서 떨어지는 세줄기의 폭포수는 사랑, 지혜, 장수를 뜻하며 우리도 떨어지는 물줄기를 컵에 받아 마시며 더욱 지혜로워 지고 오랫동안 사랑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되길 기도했습니다.

  깍아지른 절벽위로 돌출되어있는 툇마루 ‘기요미즈노부타이’에서 교토시내의 전경을 감상하고 우리는 지하철을 타기위해 내려왔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고넨자까’라고 해서 우리나라 말로는 5년 고개가 있는데 그 계단에서 넘어지면 3년동안 운이 없다고 해서 후지산에서 13번이나 엉덩방아를 찧었던 김혜림 대원을 포함한 모두가 내려올 때는 조심조심하며 내려왔습니다.

  5년고개를 지나 3년고개까지 무사히 내려온 우리는 숙소로 가기위해 오늘도 역시 우리의 어깨를 지켜준 코인락커에서 짐을 찾고 신이마미야역으로 이동했습니다. 숙소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하루 간 쌓인 피로를 샤워와 함께 물로 말끔히 씻어냈습니다. 그동안 쌓인 일지도 빨래도 해결하면서 조금은 여유로운 교토의 밤을 맞이 했습니다. 어느덧 일본탐사도 절반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조금은 힘든 여정에 빨리 집으로 돌아가길 바랬었는데 이제는 남은 일분일초가 너무나 아쉽고 빠르게 지나갑니다. 보다 많은 추억을 만들고 좋은 인연을 만들기 위해 내일은 보다 열심히 걷고 보다 많이 보려고 합니다. 일본에서의 밤은 이렇게 저물어 갑니다.


이상 일지에 나광현 대장이었습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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